2015년 6월 13일 토요일

항암투병 일지 2

육종의 정체가 궁금했다. 그래서 관련 서적들과 논문들을 탐독했다. 육종에 걸린 사람들의 평균 생존기간, 72개월이다. 육종 암세포를 제거하는 확증된 항암제가 없다. 당연히 항암치료 효과가 약하단다. 그렇다고 가만히 두어서는 안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육종 암세포는 번식력이 대단히 왕성하고 재발 가능성도 높은 사나운 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는 즉각적인 항암치료 시작을 권하였다. 지금 시작하면 5년동안 완치를 기대할 수 있으나 시작하지 않으면 전이가 일어나고 4기로 곧장 치달으며 그때 시작하면 단순한 연장과 진통을 겨냥하여 치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와 아내는 지인들의 조언을 받아 결국 항암치료 6회를 받기로 결정했다.

현실을 현실로 인정하는 것의 어려움이 일상처럼 반복된다. 날마다 가슴이 먹먹하고 담담하다. 아이들도 알아야만 했다. 그래서 소집했다. 엄마의 암판정을 얘기했다. 아이들의 여린 귀에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다들 암을 암으로 인정하지 않는 표정이 역력했다. 귀로는 들었으나 가슴에는 그 소식이 도달되지 않아 정형화된 반응이 조성되지 못하였다. 눈물도 나고 슬프기도 한데 감이 오지를 않아서다. 사태의 심각성이 조금씩 감지하자 곧장 엄마를 위로하는 멘트들을 쏟아냈다. 기특했다. 가정예배 드릴 때마다 가슴을 쏟아 엄마의 치유를 기도하며 주님의 긍휼을 구하며 주의 선하신 뜻과 영광이 이 투병의 결과이게 대해 달라고 매달리기 시작했다.

부모님도 아셔야만 했다. 아내가 수화기를 들었다. 무거운 입술을 열어 암진단 상태를 알려 드렸다. 아버님은 아내의 안정을 위해 과민한 반응이나 극도의 슬픔을 보이지 않으려고 침착한 어조로 치료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아내를 위로해 주셨다. 한국에서 출석하는 교회에도 알렸고 미국에서 다니던 교회에도 알렸고 내가 가르치는 학교에도 알렸다. 주변에 사랑과 기도의 동역자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감사했다. 특별히 함께 가르치는 친구 교수들과 교회의 지인들이 밑반찬을 만들어 배달해 주셨고 어떤 분들은 항암에 좋다는 약재들도 보내셨다. 어떤 항암치료 선배는 항암치료 과정과 효력과 후유증과 대처법과 대안의 노하우를 꼼꼼하게 전수해 주기도 했다.

나의 일상에는 적잖은 변화가 일어났다. 반찬을 만들고 밥을 하고 설겆이를 하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아이들의 등하교를 전담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루종일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대화한다. 아침과 저녁으로 아내와 함께 산책길에 올라 산림욕을 즐긴다. 항암에 좋은 음식들만 먹는다. 다양한 일정들을 취소했다. 생활의 단순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내는 하루하루 기력이 약해진다. 입맛도 사라졌다.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조만간 머리카락도 빠질 것이라고 한다. 이 기간이 헛되지 않기를 날마다 기도한다. 하나님의 영광을 보여 달라고 기도한다.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소원한다. 그리고 아내가 거뜬히 회복되어 우리를 통해 주께서 계획하신 일들을 이루어 가시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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