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6일 일요일

학문의 통일성

김영규 교수님 강의의 요약과 '자의적인' 해제 (2015.12.04)

1. 인과율(원인과 결과)의 문제를 푸는 것이 대체로 철학과 학문의 역사였다. 예전에는 시공간의 물리적 논리적 원인으로 만족할 수 없는 경우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원인을 추구하되 그 궁극적인 원인을 때로는 우연이나 운명에게 때로는 어떤 신에게 돌렸다. 그때에 교회에서 신학은 주된 학문이며 철학은 신학의 시녀라는 관계성을 가지고 공존했다. 지금은 학문의 통일성이 특별히 과학에 의하여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일례로서 뇌과학의 발달로 심리학과 철학이 흡수되는 듯한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과학이 학문의 통일성을 주도할 때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많다. 일례로, 작금의 과학 수준이 담아내지 못한 비과학적 요소들은 배제된다. 

2. 오늘날 학문의 통일성이 촉발된 배경에는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사실, 즉 개개의 부분들과 부분들의 합에서는 도무지 알려지지 않는 내용이 전체성 속에서는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분화된 전문 영역들이 각자의 기능에 의해서는 그리고 그것들의 병렬적인 통합에 의해서는 해명하지 못하는 지식의 영역이 있는데 그것은 오직 전체성에 의해서만 담보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학문의 통일성에 대한 기호가 학문들 사이의 경계선을 허물 정도의 근본적인 사실의 발견이나 기발한 이론들의 등장과 무관하게 범람하고 있다는 점이다.

3. 오늘날 학문의 통일성을 주도하는 과학이 봉착한 한계는 인과율을 해명하되 그 궁극적인 원인으로 소급하면 할수록 혼돈으로 빠진다는 사실이다. 자연에는 분명히 질서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 질서의 원인을 찾으려고 면밀히 관찰하면 그 실체가 "혼돈"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사실에서 질서와 혼돈의 분리가 불가능해 졌고 혼돈에서 질서가 나온다는 비과학적 인과율 앞에서 과학은 당황하고 있다. 질서와 혼돈은 분명 어울리지 않는 개념의 조합이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다. 혼돈이 고려되지 않으면 어떠한 현실의 질서도 해명되지 않는다.

4. 자연의 질서가 혼돈에서 나온다는 말은 오늘날 과학이 사물과 사태와 사건의 궁극적인 근원을 모른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인과율의 해명이 혼돈의 벽에 부딪혔기 때문에 문명과 학문의 수천년치 발전이 어쩌면 허상으로 간주될 상황이다. 앞으로도 학문의 발전은 혼돈을 가중시킬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의 현실과 방향은 창조의 본질과 잘 상응한다. 창조의 본질은 "명하시매 지음을 받았다"는 시인의 고백에 고스란히 함축되어 있다. 만물이 하나님의 명령에 의해 무에서 존재로 부름을 받았다면 그 원인이 추적되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5. 만물의 근원은 하나님의 명령이다. 당연히 말씀으로 무에서 존재하게 된 만물의 원인을 인간적인 방식으로 추적하면 해답의 없음과 질서의 없음으로 인해 인과율의 마비가 초래된다. 인과율의 시초를 추적하기 위해 극미시 세계와 극거시 세계에 학문의 고성능 눈길을 돌려도 무질서와 혼돈만 발견된다. 기존에 질서라고 간주하고 수학적인 공식으로 안심하고 대체했던 현상들도 실제로는 무질서와 혼돈을 보인다는 사실이 과학을 당황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가역적 사실의 축적으로 인해 오늘날의 과학은 모든 현상에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6.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의 조작과 통제가 불가능한 무질서와 혼돈을 무시하고 인간에 의해 가공된 매끈한 질서를 자연에 강요하면 인간 자신과 자연의 파괴만 가속시킬 것이다. 인간이 지금 추구하고 있는 학문의 통일성은 과연 정당한가? 오히려 인류의 유익에 역행하는 것은 아닐까? 학문의 인위적인 통합은 결국 혼돈과 무질서를 생략하게 되고 그 결과는 자연과 역사의 있는 그대로의 통합이 아니라 인간에게 발견된 지식 조각들의 임의적인 땜질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된다.

7. 성경은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는 하나님의 뜻을 기록하고 있다. 비약적인 결론을 말하자면, 학문의 진정한 통합은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만 가능하다. "모든 생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 앞에 복종하게 함"이 온전한 통합의 유일한 해법이다. 모든 학문들은 인간으로 하여금 그리스도 예수의 온전한 형상을 이루는 보조적인 수단이란 사실에서 비로소 그 존재감을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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