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초가을 문턱에 막 들어선 그랜드 레피즈의 한적한 공원에서 신입생 환영회가 열렸다. 학생회 임역원이 쏟은 사랑의 수고로 마련된 즐겁고 상쾌하고 화목했던 자리였다. 칼빈에서 누적된 짬밥수를 기준으로 설교자를 세우려는 학생회의 새로운 방침을 따라 난 설교단에 일순위로 서야 했다. 다음 타선으로 박사과정 학생들은 긴장하고 계시라는 회장님의 '무서븐' 광고도 뒤따랐다.
나는 신입생의 새로운 유학생활 첫걸음을 격려하는 따뜻한 언사나 낯선 언어로 시작될 학업 걱정으로 팽팽해진 그들의 긴장을 해소하는 유쾌한 유머어 한 토막도 삽입하지 않고 그냥 생명과 죽음조차 수단으로 삼으신 예수님의 복음전파 및 섬김의 본보기를 따라 날마다 죽음을 지불하는 섬김의 사역자가 되자는 뭉퉁한 교훈만 격하고 묵직한 어조로 내뱉었다. 그리고 예수님은 죽음이 임박한 순간을 인자가 영광을 얻을 때로 보셨다는 사실도 어색할 정도로 거듭해서 꼬집었다.
그런데 단에서 내려올 때 미안한 마음이 썰물처럼 밀려 왔다. '이른 아침에 큰 소리로 그 이웃을 축복하면 도리어 저주 같이 여기게 되리라'는 타이밍의 적시성이 중요함을 지적한 지혜자의 말씀이 마음에 걸려서다. 복음을 위해 주님처럼 죽음을 수단으로 삼자는 말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타국에서 만만치 않은 학업의 첫출항을 앞둔 신입생들 귀가에는 버거웠을 듯해서다...ㅡ.ㅡ 하여 말씀이 신입생의 마음을 더욱 강하고 담대하게 하여 달라는 기도가 저절로 나오더라.
이번에도 칼빈의 신입생들 면면을 살펴보니 귀한 분들이 많이들 오셨다. 신앙과 학업과 인격과 삶에 큰 진전과 건승 있으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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