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예배 드리기 전에 팔순이 넘으신 '친구'(미국에는 나이를 불문하고 친구처럼 이름을 부르며 지내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한 호칭) Gene과 함께 바르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분은 젊은 시절에 바젤 대학으로 유학을 가서 바르트 밑에서 신학을 배우신 분이었다.
매주 월요일에 바르트는 미국인 학생들과 잔을 기울이며 신학적인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고 한다. 문서화로 맛사지가 가해지지 않은 바르트의 진솔한 생각을 많이 접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먼저 바르트 자신의 신학적 노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어떤 루터주의 학생이 있었는데 바르트의 신학적 입장에 루터주의 사상이 조각조각 박혀 있다는 점에 근거하여 '당신은 루터주의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단다. 그때 바르트는 마시던 잔을 서서히 내리며 다소 소리나게 테이블을 찍더니 이렇게 말했단다.
"내가 어떻게 루터주의 사람이냐, 나는 철저하게 칼빈주의적이다"(Ich bin stark Calvinistisch). 이렇게 말하는 중에 입가에 매달려 있던 맥주 방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격함까지 보였단다. 자신은 참으로 칼빈주의 학자인데 때때로 루터주의 라벨이 붙여지는 경우를 불쾌하게 여겼다고 한다.
이에 나는 "맥주값 지불은 누가 했느냐?"고 문맥 끊어지기 전에 구강을 맴돌던 궁금증을 얼른 투척했다. 자기 기억으론 늘 '더치페이' 했단다. 멀러 선생님의 관대함이 머리에서 급한 대조를 이루었다. 멀러는 어디를 가도 본인이 제자들의 비용을 다 지불해 왔기 때문이다.
브루너와 바르트가 신학적 앙숙이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Gene은 곁에서 바르트를 보면서 예상과는 달리 바르트가 브루너에 비해 훨씬 열려 있는 사람이라 하였다. 정말 그러냐고 물었다. 두 사람을 다 지켜본 자기가 볼 때에는 그렇단다.
바르트는 브루너와 대화하려 늘 마음을 오픈하고 있었는데 브루너는 성격도 강직했고 바르트와 대화할 의사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아마도 자신이 바르트 밑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팔이 스승의 입장으로 치우친 평가라는 인상도 받았지만 진정성이 없지는 않은 말이었다.
반 틸과 얽히 사연도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바르트의 미국인 학생들 중에는 반 틸 밑에서 공부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바르트가 반 틸의 책을 들고 교실에 들어와 표지를 보이면서 우측 하단에 있는 조그마한 사탄 그림을 보여주며 졸지에 자신이 사탄이 되었다는 말을 다소 유머스런 표정으로 뱉었단다.
이에 반 틸의 학생이 손을 들면서 그 그림은 바르트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며 격한 손사레와 함께 오해하지 마시라는 해명의 변을 장시간 쏟아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와 얼른 반틸이 저술한 책들의 표지를 하나하나 살폈으나 '사탄' 그림을 찾아내진 못하였다.
Gene의 이야기를 듣고 공개해도 되냐고 물었는데 그래도 된다고 하여 이렇게 담벼락에 건다. 유명한 분들을 책으로 만나면 대체로 인격과 삶이 생략된 문자 의존적인 이미지만 머리에 남는다. 그러나 현장에서 서로의 일상을 섞어보면 글로 전달되지 않는 고유한 내용들을 두루 경험하게 된다.
Gene은 바르트가 너무도 친절하고 자상해서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를 못한단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집중적인 인터뷰에 들어가야 되겠다는 여운을 남기며 주일을 접는다.
매주 월요일에 바르트는 미국인 학생들과 잔을 기울이며 신학적인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고 한다. 문서화로 맛사지가 가해지지 않은 바르트의 진솔한 생각을 많이 접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먼저 바르트 자신의 신학적 노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어떤 루터주의 학생이 있었는데 바르트의 신학적 입장에 루터주의 사상이 조각조각 박혀 있다는 점에 근거하여 '당신은 루터주의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단다. 그때 바르트는 마시던 잔을 서서히 내리며 다소 소리나게 테이블을 찍더니 이렇게 말했단다.
"내가 어떻게 루터주의 사람이냐, 나는 철저하게 칼빈주의적이다"(Ich bin stark Calvinistisch). 이렇게 말하는 중에 입가에 매달려 있던 맥주 방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격함까지 보였단다. 자신은 참으로 칼빈주의 학자인데 때때로 루터주의 라벨이 붙여지는 경우를 불쾌하게 여겼다고 한다.
이에 나는 "맥주값 지불은 누가 했느냐?"고 문맥 끊어지기 전에 구강을 맴돌던 궁금증을 얼른 투척했다. 자기 기억으론 늘 '더치페이' 했단다. 멀러 선생님의 관대함이 머리에서 급한 대조를 이루었다. 멀러는 어디를 가도 본인이 제자들의 비용을 다 지불해 왔기 때문이다.
브루너와 바르트가 신학적 앙숙이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Gene은 곁에서 바르트를 보면서 예상과는 달리 바르트가 브루너에 비해 훨씬 열려 있는 사람이라 하였다. 정말 그러냐고 물었다. 두 사람을 다 지켜본 자기가 볼 때에는 그렇단다.
바르트는 브루너와 대화하려 늘 마음을 오픈하고 있었는데 브루너는 성격도 강직했고 바르트와 대화할 의사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아마도 자신이 바르트 밑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팔이 스승의 입장으로 치우친 평가라는 인상도 받았지만 진정성이 없지는 않은 말이었다.
반 틸과 얽히 사연도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바르트의 미국인 학생들 중에는 반 틸 밑에서 공부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바르트가 반 틸의 책을 들고 교실에 들어와 표지를 보이면서 우측 하단에 있는 조그마한 사탄 그림을 보여주며 졸지에 자신이 사탄이 되었다는 말을 다소 유머스런 표정으로 뱉었단다.
이에 반 틸의 학생이 손을 들면서 그 그림은 바르트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며 격한 손사레와 함께 오해하지 마시라는 해명의 변을 장시간 쏟아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와 얼른 반틸이 저술한 책들의 표지를 하나하나 살폈으나 '사탄' 그림을 찾아내진 못하였다.
Gene의 이야기를 듣고 공개해도 되냐고 물었는데 그래도 된다고 하여 이렇게 담벼락에 건다. 유명한 분들을 책으로 만나면 대체로 인격과 삶이 생략된 문자 의존적인 이미지만 머리에 남는다. 그러나 현장에서 서로의 일상을 섞어보면 글로 전달되지 않는 고유한 내용들을 두루 경험하게 된다.
Gene은 바르트가 너무도 친절하고 자상해서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를 못한단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집중적인 인터뷰에 들어가야 되겠다는 여운을 남기며 주일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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