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3일 월요일

고아들의 지계석

옛 지계석을 옮기지 말며 고아들의 밭을 침범하지 말지어다 (잠23:10)

"지계석"은 소유의 경계를 표시하는 돌덩이를 가리킨다. "옛"이라는 수식어는 사람의 경제적인 활동으로 발생된 소유지의 변화 이전 상태를 암시한다. 그러므로 "옛 지계석"은 하나님이 믿음의 조상에게 약속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각 지파나 가족이나 개인에게 최초로 할당한 소유지의 경계를 가리킨다. 성경은 언제나 땅이 하나님의 것이라고 명시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거주하는 땅은 언제나 하나님의 약속과 소유라는 개념을 수반한다. 땅에 거하는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의 소유를 맡은 청지기다.

구약의 율법을 따라 지혜자는 옛 지계석을 옮기지 말라고 경고한다. 고아들의 밭을 침범하는 것은 지계석 이동의 구체적인 사례라는 사실을 곁들인다. 고아들은 연약하고 가난하고 무기력한 존재이며, 무엇보다 하나님 이외에는 의지할 대상이 없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들의 밭을 침범하는 것은 그들의 가난과 무기력을 농락하는 일이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지하는 하나님께 맹랑한 도전장을 내미는 것과 일반이다. 하나님이 할당하신 고아들의 밭에 탐욕의 군침을 흘리는 것은 하나님의 통치권을 멸시하고 부정하는 행위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혜자는 고아들의 밭을 건드리면 그들의 강한 구속자가 그들의 원한을 풀어 주신다는 사실을 덧붙인다. 주께서 할당하신 고아들의 몫을 건드리는 자를 갚는 보응의 칼은 하나님의 손에 있다. 그런데도 강한 자들은 약한 자들을 약하다는 이유로 탈취하고 압제한다. 어리석은 오판이다. 약한 자들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를 고려하지 못한 판단이기 때문이다. 약자들은 하나님의 통치가 가장 예민하게 작용하는 부위다. 그런데 세상의 강자들은 바로 그 부위를 건드린다. 우매하다. 눈에 보이는 대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우리의 주변에도 가난하고 무기력한 고아들이 많다. 경제적인 고아들, 사회적인 고아들, 지적인 고아들, 심리적인 고아들, 정신적인 고아들, 영적인 고아들이 힘겹게 살아간다. 그런 분들을 비웃고 홀대하고 무시하고 외면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들에게 아무도 탈취하지 말아야 할 밭의 경계를 표시하는 지계석을 두셨다. 그들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다는 사실은 지계석의 마지막 보루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그들의 인격적인 존엄성이 존중되지 않으면 옛 지계석을 움직이는 악행이다.

교회 안에서든 사회 속에서든 인간을 인간답게 대우하는 것은 하나님이 태초부터 설정하신 지계석의 위치를 고수하는 선행이다. 지계석 고수는 교회의 울타리 내에서의 종교적 윤리가 아니라 온 세상이 주목하고 주의해야 할 범 인륜적 도덕의 규범이다. 사실 하나님이 명하신 모든 계명들은 지계석의 성격을 가지며 세상에 대해서는 최상의 도덕으로 주어졌다. 그러나 세상이 스스로 깨달아 지계석 개념을 높은 도덕의 차원까지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세상에 지계석의 빛을 비추는 역할은 교회에게 맡겨졌다.

그런데 혹시나 고아들의 지계석 이동에 교회가 앞장서고 있다면 세상에 드리울 도덕의 캄캄함은 예측을 불허할 정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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