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3일 토요일

리차드 멀러의 삶과 신학

삶과 공부

역사신학 분야에서 왕성한 연구와 출판으로 공인된 미국의 세계적인 석학, 리차드 알프레드 멀러(Richard A. Muller)는 1948년 10월 12일 뉴욕에서 출생했다. 1969년에는 퀸즈 칼리지의 학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이후에 목회자로 소명을 받고 1972년에는 뉴욕의 유니온 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M.Div)를, 1976년에는 듀크 대학에서 종교개혁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Ph.D)를 취득했다. 1980년부터 1992년까지 풀러 신학교의 조직신학 및 역사신학 분과에서 교편을 잡았었고 1992년 이후로는 칼빈 신학교로 옮겨 지금까지 존더반 석좌교수 자격으로 역사신학 분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학술지들 중에는 Sixteenth Century Journal과Reformation and Renaissance Review에서 편집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 종교개혁 및 정통주의 시대의 가장 방대한 사료들을 디지털로 소개하고 있는 Junius Institute for Digital Reformation Research에서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으로 구체화된 그의 학문성은 다음의 저서들 안에서 확인된다.

BOOKS:

After Calvin: Studies in the Development of a Theological Tradition.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3. Korean translation, with a new preface by the author, Seoul: Revival and Reformation, 2011.

Calvin and the Reformed Tradition: On the Work of Christ and the Order of Salvation. Grand Rapids: Baker, 2012.

Christ and the Decree: Christology and Predestination in Reformed Theology from Calvin to Perkins. Studies in Historical Theology, Volume II. Durham, N.C.: Labyrinth Press, 1986; paperback edition, Grand Rapids: Baker, 1988; reissued with a new preface, Grand Rapids: Baker, 2008.

[with James E. Bradley] Church History: An Introduction to Research, Reference Works, and Methods. Grand Rapids: Eerdmans, 1994.

A Dictionary of Latin and Greek Theological Terms: Drawn Principally from Protestant Scholastic Theology. Grand Rapids: Baker, 1985.

God, Creation and Providence in the Thought of Jacob Arminius: Sources and Directions of Scholastic Protestantism in the Era of Early Orthodoxy. Grand Rapids: Baker, 1991.

Post-Reformation Reformed Dogmatics: The Rise and Development of Reformed Orthodoxy, ca. 1520 to ca.1725. I. Prolegomena. Grand Rapids: Baker Book House, 1987; second edition, 2003. Korean translation, Seoul: Jireh, 2002.

Post-Reformation Reformed Dogmatics: The Rise and Development of Reformed Orthodoxy, ca. 1520 to ca. 1725. II. Holy Scripture: the Cognitive Foundation of Theology. Grand Rapids: Baker, 1993; second edition, 2003.

Post-Reformation Reformed Dogmatics: The Rise and Development of Reformed Orthodoxy, ca. 1520 to ca. 1725. III. The Divine Essence and Attributes. Grand Rapids: Baker, 2003. Korean translation, with a new preface by the author, Seoul: Revival and Reformation, 2014.

Post-Reformation Reformed Dogmatics: The Rise and Development of Reformed Orthodoxy, ca. 1520 to ca.1725. IV. The Triunity of God. Grand Rapids: Baker, 2003.

[with Rowland S. Ward] Scripture and Worship: Biblical Interpretation and the Directory for Public Worship. Phillipsburg: P & R Publishing, 2007.

The Study of Theology. Foundations of Contemporary Interpretation, vol. VII. Grand Rapids: Zondervan, 1991. Korean translation, with a new preface by the author, Seoul: Revival and Reformation, 2011.

The Unaccommodated Calvin: Studies in the Formation of a Theological Tradition.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2000. Korean translation, Seoul: Sharing & Serving, 2003.

ACADEMIC INAUGURAL ADDRESSES:

Ad fontes argumentorum: The Sources of Reformed Theology in the 17 Century [Belle van Zuylenleerstoel Inaugural Address, delivered 11 May, 1999, Universiteit Utrecht]. Utrechtse Theologische Reeks, deel 40] Utrecht: Faculteit der Godgeleerdheid, 1999.

Scholasticism and Orthodoxy in the Reformed Tradition: An Attempt at Definition [P. J. Zondervan Chair of Historical Theology, Inaugural Address, delivered in the Calvin Seminary Chapel, 7 September, 1995]. Grand Rapids: Calvin Theological Seminary, 1995.

EDITED VOLUMES:

with James E. Bradley, Church, Word and Spirit: Historical and Theological Essays in Honor of Geoffrey W. Bromiley. Grand Rapids: Eerdmans, 1987.

with Marguerite Shuster, Perspectives on Christology: Essays in Honor of Paul K. Jewett. Grand Rapids: Zondervan, 1991.

with John L. Thompson, Biblical Interpretation in the Era of the Reformation: Essays Presented to David C. Steinmetz in Honor of His Sixtieth Birthday. Grand Rapids: Eerdmans, 1996.

with Arie C. Leder. Biblical Interpretation and Doctrinal Formulation in the Reformed Tradition: Essays in honor of James A. De Jong. Grand Rapids: Reformation Heritage, 2014.

남편과 같은 고장에서 자라 오랜 세월동안 교제를 나누었고 함께 가정을 이루게 된 멀러의 아내인 간호사 출신 글로리아(Gloria Muller)는 남편의 건강을 돌보며 그의 학문적인 활동을 내조하되 2011년도에는 남편과 함께 한국 방문길에 올라 범국가적 내조의 훌륭한 본을 보이기도 했다. 필자는 통역자로 멀러와 글로리아 두 사람을 한국에서 수행하며 멀러가 종교개혁 분야의 학문적 동향을 주도하는 세계적인 석학인 동시에 한 아내의 자상하고 따뜻한 남편임을 확인하고 받은 감동과 깨달음이 적지 아니했다. 학문에 있어서는 고도의 문헌적 객관성과 해석학적 엄밀성을 기하지만 아내에 대해서는 참으로 인간다운 남편의 자상함을 보이고 나아가 제자들에 대해서는 실력만이 아니라 향후의 진로와 신학적 활동까지 세심하게 권고하며 챙기시는 인자한 스승의 모습을 보이는 멀러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의 학문적 성과만이 아니라 원숙한 인간미도 뚜렷이 관찰하게 된다.

학문의 객관성을 향하여

이러한 석학의 학문적인 여정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멀러는 학문의 첫발을 내디디며 역사에 각별한 애착을 가지고 지식의 객관성 문제에 심취했다. 그는 역사적 사실에 어떤 이념을 투사시켜 결국 그 사실의 시대적 맥락 속에서의 의미가 파괴되고 왜곡되고 오용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래서 신학을 전공할 때에도 역사적 사실의 문맥적 의미를 존중하는 태도는 그에게 신학연구 방법론의 정수였다.

다음은 그가 박사과정 학생으로 있었을 때의 이야기다. 멀러는 수업이 끝나면 곧장 도서관에 가서 교수가 추천한 1차 문헌들을 다 찾아 대출해서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해당과목 교수의 연구실로 가서 읽은 것들과 강의의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을 하며 신학적 대화를 나누었다. 필자는 듀크에서 공부할 때 그의 지도교수 데이빗 스타인메츠와 함께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들려준 이야기에 의하면, 멀러는 자신에게 가장 까다롭고 피곤하게 만든 학생이라 한다. 이는 수업시간 중에 종교개혁 및 정통주의 인물들의 원문들을 추천하면 읽는 사람들이 거의 전무한데 멀러만은 몇 날이 못되어 그것들을 다 읽고 와서 원문들을 강의의 내용과 대조하며 답변하기 힘든 질문들을 무더기로 쏟아냈기 때문이라 한다.

멀러는 이처럼 신학적 지식을 취득하고 축적하되 교과서나 2차 문헌들의 가이드를 받되 의존하지 않고 문헌적인 근거를 찾아 확인하고 원문 텍스트를 당시의 컨텍스트 속에서 판독하여 문헌의 역사적 객관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학문적인 주의를 기울이려 했다. 나아가 멀러는 신학의 통합적인 연구와 이해를 선호하며,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 이론적인 것과 실천적인 것, 전체와 부분, 신학의 원리들과 신학의 부분들 사이의 균형과 통합의 필요성을 추구하고 강조했다. 성경신학, 역사신학, 조직신학, 실천신학 분야는 석의의 훈련에서 시작하여 거대한 신학적 체계화로 나아가는 하나의 해석학적 구조이기 때문에 신학은 엄밀한 분활화를 넘어 하나의 전체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멀러의 학문성은 특별히 종교개혁 및 정통주의 시대의 개혁주의 신학을 타겟으로 삼았다.

신학적 특성들

멀러가 보기에 신학의 역사적 객관성에 충실을 기하면 기할수록 종교개혁 및 정통주의 시대에 대한 기존의 신학적 경향성을 띠는 평가가 가진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분명했다. 종교개혁 신학이나 개혁주의 전통이 진공에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과거와의 전적인 단절의 결과로 급조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의 망각이 학계의 심각한 병폐라는 사실을 그는 그의 스승 스타인메츠와 스승의 스승인 오버만의 강의와 대화를 통해 처절히 인식하게 되었다. 역사적 신학적 방법론적 연속성과 불연속성 모두가 어떠한 시대의 어떠한 분야를 연구하든 균형있게 존중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의 강조와 더불어 멀러가 1995년도부터 제시한 16세기 중반에서 18세기 초반까지 이르는 정통주의 시대에 대한 연구의 기본적인 전제들은 다음과 같다.

1) 연속성과 불연속성: 종교개혁 시대와 정통주의 시대 사이의 연속성과 불연속성 문제는 중세에서 16세기와 17세기로 이어지는 지성사 일반의 연속과 불연속에 대한 연구라는 배경에 비추어서 다루어야 한다.

2) 철학의 역동적인 발전: ‘스콜라주의’와 ‘아리스토텔레스주의’는 마치 16세기에서 17세기로 진행되는 동안 역사적 발전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정적인 현상 혹은 순순하게 중세적인 현상으로 이해되면 안된다.

3) 용어의 문맥적 의미: ‘스콜라주의’에 관한 진술들은 종교개혁 이전의 기독교 전통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와 16세기와 17세기 개신교 학자들의 문헌들 모두에서 발견되는 그 용어의 의미를 사려해야 한다.

4) 스콜라주의와 이성주의 구별: 스콜라주의와 이성주의는 역사적, 철학적, 신학적 배경에 기초하여 명확히 구별되지 않으면 안된다.

5) 방법과 내용의 구별: 방법과 내용은 비록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지만 구별될 필요는 있다.

6) 해석학적 연속성과 불연속성: 해석학적 혹은 석의적 전통에 있어서의 연속성과 불연속성 문제는 적어도 스콜라적 방법론과 철학적 용법에 있어서의 발전들과 동일한 비중을 갖고 다루어야 한다.

7) 기준의 객관성 확보: 개별적인 종교개혁 사상가들 혹은 그들의 개별 작품들은 종교개혁 시대 전체를 판단하는 척도로, 혹은 정통주의 시대의 개별적인 사상가들 또는 작품들의 개혁주의 성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간주되지 말아야 한다.

8) 신학의 다양성 존중: 종교개혁 이후 신학의 다양성은 종교개혁과 종교개혁 이후의 정통주의, 스콜라주의와 인문주의, 경건주의와 합리주의 간의 관계성에 대해 굳어진 편견들의 상대화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연구되지 않으면 안된다.

9) 탈문맥적 전제들의 거부: 19세기와 20세기의 신학적 가정들이 종교개혁 및 정통주의 신학에 대한 연구들에 전제나 기준처럼 작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10) 중심교리 이론의 거절: ‘중심인물’ 혹은 ‘중심교리’ 이론의 다양한 형태들은 그것들이 칼빈과 개혁파 정통주의 사이의 역속을 보여주는 것이든 불연속을 보여주는 것이든 모두 제거되지 않으면 안된다.

11) 이념적 신학화의 거부: 16세기와 17세기에서 ‘신학의 보편 논제들(loci communes),’ ‘논쟁집(disputationes),’ ‘기초적인 교리들(institutiones),’ 혹은 ‘신학적 체계’라고 불리울 수 있는 문헌들의 형태, 구조, 내용에 대한 문제들이 마치 교리적 이유들이 촉발한 결과들 혹은 신학 내에서의 ‘갈등’에 대한 반응들인 것처럼 그것들을 교의적인 관점으로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도 멀러는 종교개혁 및 정통주의 시대의 신학적 독특성에 대해 탐구의 붓을 든 19세기와 20세기의 무수히 많은 학자들의 학문연구 일반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분류하여 문제점과 오해와 한계를 조목조목 지적하는 학자적 성실성을 수다한 발표와 방대한 출판의 방식으로 꾸준히 발휘하고 있다. 여러 논문들과 저작들 중에서도 멀러의 최근 입장을 가장 잘 정리하고 요약한 문헌은 2011년도에 한국의 총신대 신대원을 방문하여 발표되고 이후에 『칼빈과 개혁주의 전통』 (Calvin and the Reformed Tradition)에 수록된 논문이다. 거기에서 멀러는 16세기와 17세기 정통주의 연구가 복잡하고 난해한데 이는 그 시대가 개신교 신앙과 신학, 교회적 문화와 지성사적 문화가 뒤엉긴 복합적인 발전이 이루어진 때라서 그렇다고 진단한다.

1) 특별히 지성사적 관점에서 멀러는 정통주의 사상의 고백적, 교회적, 학문적, 교의학적 체계화의 현저한 발전을 연구할 때에 종교개혁 역사를 연구하는 일반 학자들이 성취한 종교개혁 이전의 스콜라주의 및 인문주의 시대에 대한 학문연구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 신학과 교회의 문화적 변화를 고려할 때에, 16세기와 17세기의 정통주의 연구는 개혁주의 전통 자체의 본질과 독특성도 탐구해야 하겠지만 동시에 그 시대에 이루어진 교부들 및 중세 학자들의 신학적 문헌들에 대한 선별적인 활용과 수용까지 탐구의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3) 특별히 중세 후기의 종교적 신학적 문맥을 살펴보면 그 안에 광범위한 중세 후기적 종교개혁 토양이 이미 마련되어 있었으며 그것이 종교개혁 및 정통주의 시대로 유입됨에 있어서는 신학자들 개인마다 신학적 수용의 다양한 유형들을 보인다는 점을 존중해야 한다.

4) 개별 인물들을 연구할 때에도 해당 인물들이 몸담고 있었던 보다 광범위한 종교적 신학적 문맥을 고려하지 않으면 그들 각각이 개혁주의 전통의 형성에 끼친 영향의 개별적인 내용과 독자적인 방식을 제대로 파악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특별히 칼빈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칼빈은 개혁주의 전통의 창시자도 아니고 저자도 아니고 주도적인 지도자도 아니었고 특정한 인물이 영웅처럼 부각되는 ‘칼빈’주의 용어도 칼빈 자신이 들었다면 쌍수를 휘저으며 거부했을 표현이며 개인의 신학이나 새로운 신학의 도입에는 어떠한 관심도 없었으며 다만 교회의 신학자로 교회의 보편적 신학을 펼치고자 한 여러 종교개혁 주창자들 및 개혁주의 인물들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16-17세기의 특정한 인물을 종교개혁 신학과 개혁주의 전통의 영웅으로 추앙하고 그를 중심으로 당시의 신학적 판도를 재구성한 후 그의 신학을 중심으로 다른 인물들의 신학적 노선을 규정하고 분류하는 “중심인물 접근법”(master narrative)은 광범위한 신학적 일반화와 근대 초기의 지성사에 대한 후기 칸트적 이해에 기초한 여러 철학적 전제들에 의존하고 있다. 멀러는 이러한 접근법의 다양한 유형들을 세 가지로 묶어서 요약한다. 즉 1) 예정론을 칼빈주의 교의학의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 2) 예정과 언약을 대립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 3) 그리스도 중심적인 신학과 예정론 중심적인 신학을 대립적인 구도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칼빈만 보더라도 그는 교의학의 전반적인 체계와 내용을 구성하는 지배적인 원리로서 예정론을 취하지 않았으며, 예정론과 언약론이 아무런 모순 없이 칼빈의 신학적 체계에 조화롭게 수용되고 있으며, 대학에서 비록 인문주의 훈련을 받았지만 스콜라적 요소도 그의 문헌에서 확인되고 있다고 멀러는 실증한다. 그리고 개혁파 정통주의 인물들은 교리를 정립하고 교의학을 구성함에 있어서 칼빈만이 아니라 불링거, 무스쿨루스, 부쩌, 버미글리 및 종교개혁 시대의 다른 유력한 인물들의 신학에 의존하고 있기에 중심인물 접근법을 따라 칼빈의 이름을 수식어로 붙여 신학적 노선을 규정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그렇다고 멀러가 칼빈이 정통주의 시대에 미친 현저한 신학적 영향력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멀러는 중심인물 접근법의 배후에 특정한 방법론이 특정한 신학적 내용과 결부되어 있다는 강박적인 선입견이 있음을 주목하며 인문주의 방법론과 스콜라적 방법론 중의 택일이 특정한 신학적 노선으로 필히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펼친다. 즉 인문주의 방법론을 취하면 보편적 속죄와 언약적 혹은 구속사적 사유 및 성경적 신학을 지향하게 되고 스콜라적 방법론을 취하면 제한적 속죄와 엄격한 예정론적 사상과 건조한 교의학을 산출하게 된다는 주장의 문헌학적 증거는 거의 전무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칼빈의 경우에 그의 예정론을 스콜라적 성향과 연결하고 그의 언약론을 청년기의 인문주의 훈련과 연결하여 결국 방법론을 기준으로 한 사람의 신학을 분할하는 것은 궁색한 해석이며, 개혁주의 전통을 제한속죄 가르치는 스콜라적 예정론 학자들과 가정적 보편주의 가르치는 친절하고 온화한 인문적인 언약론 학자들로 분할하는 것도 동일하게 궁색하고 역사 기만적인 처사라고 평가한다.

스콜라적 방법이든 인문주의 접근이든 방법은 논증의 정밀성과 형태와 종류와 주제들의 배열과 교의학적 체계와 관련된 것이지 교리적 내용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고 멀러는 주장한다. 특별히 16세기와 17세기의 교황주의 학자들과 루터주의 학자들과 개혁주의 학자들은 비록 스콜라적 방법론과 인문주의 접근법을 동일하게 사용하긴 했지만 신학적 견해는 달랐다는 점에서 특정한 방법론 채택과 특정한 신학적 결론의 필연적인 인과를 주장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당시의 개혁파 정통주의 인물들은 신학적 작업을 하면서 스콜라적 배열과 교리문답 배열과 신조적 구조와 용법을 알았으며 스콜라적 모델의 경우에는 다소 인과적인 순서를 따르고 교리문답 경우에는 보다 분석적인 순서를 따른다는 함의까지 간파하고 있었기에 자신의 신학적 내용이나 어떤 교리적 입장을 변경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론을 구사하며 교리의 위치를 배정하고 주제의 범위와 세목들을 설정하는 작업들을 순조롭게 수행했다.

중심인물 접근법과, 방법과 내용의 필연적 인과의 거부만이 아니라, 멀러는 16세기와 17세기 개혁주의 신학을 단일한 논제로 축소하여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심지어 연속성과 불연속성 개념도 19세기와 20세기의 편중된 학문연구 유형들 중에 칼빈과 칼빈주의 인물들 사이의 단절성과 중세의 스콜라 신학과 종교개혁 신학의 극단적인 단절을 주장하는 자들의 불연속 주장에 대한 대응책일 뿐이지 개혁파 정통주의 탐구의 주된 초점은 아니며 오히려 연속성-불연속성 개념도 축소의 주범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종교개혁 시대와 정통주의 시대의 관계성을 대하는 자신의 접근법은 단순히 연속성과 불연속성 개념이나 일치성과 차이성 비교의 틀을 넘어서 그 시대의 다양한 발전과 변화의 광범위한 요소까지 담아내려 했다고 자평한다. 개혁주의 전통의 방대함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접근법은 최소한 1) 칼빈이나 다른 종교 개혁자를 각 전통의 규범적인 대표자로 만들지는 않아야 하고, 2) 교리적 체계화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과 배경들과 환경들을 존중해야 하고, 3) 정통주의 당시의 기준을 따라 개혁주의 전통을 풀어가되 개혁주의 인물들이 개입한 많은 논쟁들은 서로를 이단으로 정죄하기 위함이 아니었고 전통을 무시한 새로운 고백적 문헌을 산출하기 위함도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멀러는 16세기와 17세기 개혁주의 신학의 연구에 있어서 자신에게 돌릴 수 있는 유일한 공적이 있다면, “칼빈주의 문제를 다루는 현대의 학자들로 하여금 칼빈과 16-17세기의 다른 개혁주의 학자들의 배경을 이해하는 지평을 넓히려는 시도와 그들의 연구문헌 목록을 확장하되 그들이 격렬히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읽지는 않았던 16세기 후반과 17세기 개혁주의 인물들 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대체로 간과했던 스콜라주의 및 인문주의의 본질에 대한 폭넓은 학문연구 일반까지 넓히려고 한 노력에 있다”고 자평했다.

끝으로 멀러는 개혁파 정통주의 신학 이해의 핵심으로 용어들의 올바른 정의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즉 “정통주의”(orthodoxy)는 신학적 내용을 가리키며 “올바른 가르침”(right teaching)을 뜻하는 용어이며, “스콜라주의”(scholasticism)는 올바른 가르침의 효과적인 정리와 전달을 위한 방법(method)일 뿐이다. “올바른 가르침”과 관련하여 멀러는 “웨스트민스터 신앙 고백서”(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가 개혁주의 신학의 기준 혹은 규범이라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규범”이 다른 고백서들 및 신조들은 전혀 기준이나 규범일 수 없다는 배타적 성격의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다. 방법은 교회의 필요를 따라 종교개혁 신학의 제도화와 체계화와 교육화와 조직화에 현저한 영향과 도움을 끼쳤으나 어떤 신학적 결론을 필히 생산하는 것은 아니라고 멀러는 지적한다. “스콜라적”(scholastica) 용어가 주는 신학의 중세적 부패 이미지 때문에 스콜라적 ‘방법’도 부패된 ‘신학’으로 간주하며 거부하고 정죄하는 것은 내용과 방법이 동일시될 수 없다는 인지의 부재에서 비롯됨을 꼬집는다.

멀러의 신학적 특징들을 보면서, 우리는 신학을 연구함에 있어서 내용과 방법을 혼돈하지 말아야 하고 근대 초기의 유럽사회 전체의 지성사적 문맥과 개혁주의 고백의 통일된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신학적 입장들이 공존하고 있어서 특정한 인물이나 문헌을 정통주의 평가의 기준으로 삼거나 그것을 중심으로 연구의 방향과 목적을 설정하지 말고 최대한 역사적 객관성과 문맥적 포괄성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신학을 연구해야 함을 확인한다. 필자는 멀러의 신학적 중요성을 특별히 16-17세기 정통주의 시대의 통합적인 신학과 그것에 대한 통합적인 신학연구 방법론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동시에 오늘날 구현의 가능성도 자신의 학문적인 활동으로 보여 주었다는 사실에 찾는다.

그가 저술한 『종교개혁 이후의 개혁주의 교의학』(Post-Reformation Reformed Dogmatics)은 이러한 기존의 학문연구 일반이 노정해 온 탈문맥적 신학과 방법론적 한계와 주관적인 결론을 극복하며 개혁파 정통주의 신학의 이해를 추구하되, 당시의 학문적인 풍조를 존중하고 신학적 다양성을 고려하며 원문 텍스트를 읽고, 저자들이 처한 시대적 상황과 신학적 과제를 이해하고 그들의 고유한 입장에 가감과 왜곡을 가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려 한 결과이다. 개혁주의 신학의 기원과 본류 탐구에 있어서 이보다 더 탁월한 문헌적 객관성과 시대적 맥락이 고려된 문헌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산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한 석학이 일평생을 바친 연구의 결과물을 이제 우리의 국어로도 읽고 공유할 수 있게 되어서 하나님과 저자와 부흥과개혁사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혹시 인용하실 경우, [하나님의 본질과 속성], 20-29라는 출처를 밝혀 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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