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일 수요일

독서의 스타일

1. 단어를 눌러가며 읽어가는 스타일. 저자의 언어를 내 것으로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다. 글의 느낌과 뉘앙스를 음미하며 읽어가기 때문에 독자와 저자의 묘한 일체감이 형성된다. 한 단어도 그냥 지나갈 수 없는 진짜 탁월한 작가와 글을 만났을 때 이런 스타일의 독서를 추천한다.

2. 문장 단위로 읽어가는 스타일. 문장을 하나의 단어로 인식하는 독서의 유형이다. 집중력과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 문장을 긁는 시선의 민첩한 움직임도 요구된다. 글은 생각의 언어화와 문자적인 번역이다. 한 문장은 의미의 한 조각이다. 굳이 더 작은 조각으로 쪼갤 필요가 없는 책의 독법이다.

3. 중심단어 읽어가는 스타일. 한 문장을 대표하는 한 두 개의 단을 징검다리 삼아 빠른 속도로 스캔하는 독서의 유형이다. 텍스트와 만나는 접지면이 하나의 단어이기 때문에 헛디디면 큰일이다. 여기서도 집중력이 필수겠다. 잘 아는 주제를 다룬 책의 빠른 일독이 필요할 때 유용하다.

4. 의미의 흐름을 따라 읽어가는 스타일. 저자의 사유를 파악하되 언어화 혹은 문서화 이전의 상태를 더듬는 독서의 유형이다. 텍스트를 뚫고 저자의 사유 속으로 소급하는 고도의 정교함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단어 선택에 대한 저자의 고뇌도 감지되는 독법이다. 애용하는 스톼일~~

5. 원하는 부분만 골라서 읽는 스타일. 책 전체가 나에게 의미이지 않을 때가 빈번하다. 완독의 강박 때문에 금쪽의 시간을 허비하지 마라.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해도 된다. 하루에 10권의 책도 너끈히 읽고 싶어하는 분들의 독법으로 딱이겠다. 나도 때때로 사용한다.

6. 다양한 방법들을 종합하는 스타일. 최고의 책은 토시까지 빠뜨리지 않고, 논문이나 학술서는 단어들을 눌러가며 읽되 필요한 부분만, 논평이나 보도문은 징검다리 스타일로, 에세이나 교양서는 의미의 흐름을 따라 빠르게 읽어가면 된다. 한 권의 책 안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조합이 일어난다.

독서에는 정도가 없고, 독서 자체가 의미도 아니다. 각자의 목적에 맞게 책을 선택하고 스타일을 결정하고 이익을 누리는 방편이다. 삶의 가치와 의미는 때때로 언어화나 문서화의 과정을 생략한다. 그러나 글과 책은 그 가치와 의미를 오랫동안 보존하는 최고의 방식이다. 장구한 가치와 의미를 꺼내서 누리는 것이 독서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