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0일 월요일

<곁길>

9월의 태양이 바람 분무기로 뿌리는
투명한 은색 가루가 유난히 눈부시다
그 가루의 마법으로 깨어난 교정을 거닐며
도시의 아침을 소비한다

그런데 오늘은 어쩌다가
발이 평소에 기억하던 산책의 경로를 벗어났다
그러니까 무심코 들어선 곁길이다

길과 발이 만나는 접지면의 생소한 느낌,
행로가 곡선을 그릴 때마다 전환되는 장면들,
행인의 소소한 행복을 위해 밤새 준비한
낯선 물상들의 깨끗한 눈인사, 모두 신비롭다

인생이 익숙한 경로가 아니라
낯선 곁길로 접어들면 사람들의 마음은 불안하다
시간의 낭비, 진보의 정지 혹은 퇴보로 해석한다

그러나 길이 평탄하지 않고 심히 낯설어도
내 삶의 설계자는 다 아시고 걸음을 이끄신다
물론 인생에는 일그러진 곁길도 있지만
어떤 곁길은 갑갑한 자아의 닫힌 세계를
슬그머니 확장하는 하나님의 은밀한 선물이다

곁길이 그릇된 삶으로 이어질 때에는
그 실패의 지점에 서서 뒤따르는 행인들을 위해
돌아가야 한다는 반환점이 되고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출구일 때에는
약진해야 한다는 이정표가 된다면,
곁길은 아름다운 청춘이다

곁길에 선 신학자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