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12일 목요일

하나님의 명령

법의 명령은 빛이요 생명의 길이요 훈계요 책망이다 (잠6:23)

법의 명령은 빛이다. 법은 질서이고 그 질서는 정적인 규칙이 아니라 순응을 요구하는 동적인 명령이다. 우리의 생각과 언어와 행동과 삶의 이정표다. 단순히 방향을 보여주는 소극적인 표시가 아니라 준행을 촉구하는 적극적인 명령이다. 방향이 설정되면 지각이 뒤따른다. 비로소 보이고 들리고 느껴진다. 그래서 명령은 건강하고 올바르고 필수적인 지각의 자궁이다. 캄캄한 무지가 어두움을 벗고 지각의 환한 뜨락에서 부서진다. 지각의 잉태에서 무지가 소멸된다. 명령의 방향을 따르지 않은 지식의 실상은 또 다른 무지이다. 세상에는 무지를 지우려고 다른 무지와 결탁한다. 무지의 충만을 학식으로 착각한다.

법의 명령은 생명의 길이다. 명령의 방향이 존중되지 않은 모든 지각은 가식이다.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 아닌 것을 알았기에 정지된 무지를 너머 역동적인 거짓이다. 필히 사망으로 인도한다. 사물이든 사건이든 올바른 지식에 이르려면 지각의 올바른 진입각이 필요하다. 명령은 그런 필요를 채워준다. 명령이 비추는 방향을 따라 사물과 사건을 응시할 때에 비로소 알아야 할 것이 알려진다. 나아가 명령이 설정한 방향을 따라 이루어진 지각은 마땅히 알아야 할 것과의 만남이다. 모든 명령은 명령자인 하나님을 아는 지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모든 명령이 주선하는 만남이다. 요한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곧 영생이라 하였다. 그래서 명령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는 생명의 길이다.

명령은 훈계이다. 배움을 준다. 명령을 준행하는 것은 배움이다. 명령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삶의 방향이 설정되면 배움이 일어난다. 지혜자는 하나님의 계명을 실천의 삶으로 간직하면 여호와 경외하는 것을 배우고 여호와를 알게 된다고 증언한다. 사람들은 명령을 자유의 억압으로 간주한다. 불쾌하여 배척한다. 그러나 명령은 그 자체가 교훈이다.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떠한 자가 되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명령의 절정은 하나님과 이웃 사랑이다. 이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인간의 지복이다. 막연한 관념이 아니라 우리의 앎과 삶으로 누리려면 명령이 제시하는 방향대로 움직여야 한다. 다르게 움직이면 필경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미움에 도달한다.

명령은 책망이다. 고침이 일어난다. 인간은 죄인이다. 존재 자체가 총체적인 고장이다. 수리가 불가능한 상태라는 이야기다. 정상적인 상태를 이탈했고 정상적인 기능도 상실했다. 회복은 하나님의 명령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에스겔이 골짜기에 가서 본 환상은 마른 뼉다귀의 회생이다. 하나님의 명령으로 이루어진 기적이다. 명령 이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 자력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면 외부의 명령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명령은 스스로의 힘과 능으로는 해결이 안된다는 사실의 역설이다. 명령은 하나님의 외적인 개입이다. 명령으로 인해 뼈가 상합하고 생기가 주입된다. 그때 명령은 은혜의 샘이었다. 물론 고침에는 통증이 수반된다. 그런 통증은 잠간이고 회생은 영속된다.

명령은 타협과 합의와 절충이 아니라 확정이다. 사람의 판단을 섞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명령의 예리한 날이 영과 혼을 파고들어 찌르고 쪼갤 때에도 명령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는 게 상책이다. 책망을 받으면 필경은 지혜롭게 된다는 게 지혜자의 금언이다. 하나님의 명령에 사람의 생각을 섞는다는 것은 명령의 부실을 주장하는 것과 일반이다. 이는 나의 생각이 들어가면 있는 그대로의 명령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명령의 주어이신 하나님의 판단을 고치려는 불경이다. 하나님의 명령은 책망이며 우리는 책망의 대상이다. 책망의 망치로 부수시고 책망의 칼끝으로 미련을 벗기시는 하나님의 손에 우리의 전인격을 의탁하는 것이 바로 책망의 수용이다.

우리의 존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뻣뻣하다.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자위적인 '괜찮다' 의식이 영혼의 숨통을 열어주는 껍질의 파쇄를 방해한다. 우리의 내면은 왜곡된 인상과 병든 지식과 고질적인 타성과 오염된 기질과 쾌쾌한 습성으로 빼곡하다. 결코 괜찮지가 않다. 명령의 들음은 생기의 주입이다. 시들고 혼미한 영혼을 시술하는 매스의 수용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명령을 들으면 살아난다. 명령이 우매를 지혜로, 무지를 앎으로, 미련을 현명으로, 나태를 성실로, 환각을 각성으로 되돌린다. 명령은 빛이고 길이고 교훈이고 책망이다. 우리의 영혼과 삶에 필수적인 것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기에 하나님의 명령이 없으면 우리의 영혼은 혼미하고 삶은 퇴락한다. 하나님의 명령은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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