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30일 토요일

양보의 보상

농산물 코너의 진열대에 누운
우리보리 강정의 표정이 요염하다
반가운 분들과의 유쾌한 만남 후의 허전함이
지갑을 열고 강정을 데려온다

강정을 품고 열차에 몸을 실었는데
옆자리의 할머니가 광주까지 가신다며
푸근한 미소를 보내신다
강정이 눈에 걸렸는지 한참 머무셨다

봉지를 개봉하고
주름이 깊은 계곡처럼 파인 손바닥에
빼곡한 분량의 강정을 건네며 드시라고 했다
더 푸근한 눈웃음을 보내신다

또래로 보이는 신사가 곁에서
절망을 깨문 표정으로 여기가 18호차냐고 묻자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분의 눈에 고인 낭패감이 한숨을 옷입고
내 머리 위로 떨어진다
한숨에 묻은 8이라는 숫자는 귀로 들어온다

그분의 자리로 가겠다고 일어서는
나의 옷자락을 붙잡은 할머니가 물으신다
"어딜가? 내가 싫은거여?"
"아니요, 다리에 장애가 있으신 것 같아서요"
"어메, 착한 거, 훌륭허네~이"

이렇게 나는
착하고 훌륭한 사람으로 분류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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