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5일 수요일

땅책읽기

오늘은 유난히도 땅이 아름답다.
새벽에 두 발로 땅을 지그시 보듬으며
천잠산의 능선을 오르는 나에게
말을 거는 듯해 심지어 설레인다

땅도 글을 쓴다는
헤르만 헤세의 예리한 관찰이 뇌리를 파고든다
땅의 모든 무늬는 사연이 빼곡히 담긴 문장이다.
날마다 이루어진 산책은 발로 읽어가는 땅 독서였다

땅은 표현력이 뛰어나다
한번도 반복되지 않는 문장들이 온 땅에 수북하다
단문도 있고 복문도 있고
때로는 적절한 지점에서 마침표와 쉼표와도 마주친다

땅은 하나님의 입술이다
지면의 모든 굴곡은 그 입술에서 나온 메시지다
땅끝까지 이르러 빠짐없이 읽어내고 싶다
달리지 않고 서행하며 속독이 아니라 정독으로

지금은 전주의 땅책 읽기만도 벅차고 과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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