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9일 수요일

칼빈의 원수동기

칼빈에게 원수가 생기게 된 이유에 대한 자신의 소견이다.

"내게 원수들이 있다면 그들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의 원수들인 경우다. 나는 개인적인 동기로 혹은 투쟁본성 때문에 적개적인 태도를 취한 적이 단연코 없었다. 사실 나는 그런 분쟁의 원인 제공자가 된 적이 없다. 내게 원수가 생기는 유일한 이유가 있다면 그가 [주님의] 거룩한 가르침과 교회의 회복에 맞서기 위해 불경스런 도발을 감행한 경우가 되겠다."

세르베투스가 화장용 장작에 오르기 두 시간 전에도 칼빈은 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당신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멸시하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이 이토록 심각한 괴로움 당하는 것을 원한 적이 없습니다." 죽음의 문턱에 선 세르베투스 면전에서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어쩌면 극도의 잔인한 처사로 해석될 수도 있겠으나, 칼빈의 진정성을 믿는다면 그가 얼마나 공사를 뚜렷이 구분했고 한 사람의 존엄성 보존에 얼마나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글을 읽으며 비판의 입술을 함부로 열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엄습한다. 주의 진리와 교회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그것은 짓밟혀도 아무렇지 않으면서, 내 이름을 건드리고 내 이익을 넘보는 이들이 불쾌하고 괘씸하여 쏟아내는 비판, 혹은 다른 원인들로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해소할 요량으로 심심풀이 땅콩처럼 송곳니를 세워 결국 교회 으깨기를 시도하는 비판이 의외로 많다. 다들 비판자격 미달이다. 물론 무비판이 능사는 아니다.

사랑으로 회복하고 세우되 자기 목숨이나 이익이 희생되는 대안까지 고려되지 않은 비판은 오히려 침묵이 더 요긴한 상책이다. 원수가 없을 수는 없겠으나 원수 맺는 동기에 대해서는 엄격해야 하겠다. 원수를 맺더라도 하나님 앞에 합당한 동기의 소유자가 되면 조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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