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일 일요일

잠언이 좋다

지혜를 사랑하는 자는 잠언 스타일에 매료된다. 통일된 철학적 체계나 정교하게 다듬어진 개념이나 그 개념들의 절묘한 조합으로 구축된 사상을 제공하기 때문이 아니다.

잠언은 일상적인 용어에 지혜를 담되 우리에게 가장 긴요한 지혜의 차원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추상이 지나쳐 현실에서 멀어지는 일도 없고 구체가 과도해서 코앞의 현실만 관여하는 것도 아닌 적정의 지혜, 인간이 최고의 균형과 조화를 빚어내는 삶이 가능하게 하는 차원 말이다.

그리고 잠언은 내가 비워지지 않으면 내게 담아질 수 없는 지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내 안에 나의 주인으로 남아 있고서도 깨달아질 지혜를 잠언에서 찾는다면 허수고다. 하여 최고로 경건한 자기부인 연습은 잠언이 제공하는 지혜와의 씨름으로 실현된다.

또한 집중력과 추리력을 가동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시선과 의식을 사로잡는 드라마나 영화와는 달리 잠언은 우리의 전인격을 힘써 몰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스타일로 기록되어 작금의 스크린 혹은 바보상자 시대가 부추기는 무신경과 무사유의 달콤한 유혹에 철퇴를 가하는 능력의 사색가로 만들기 때문이다. 

아무런 수고 없이 주어지는 깨달음과 즐거움과 정보는 효율성 면에서는 흠모할만 하지만 우리에게 우리의 정신상태 일반이 심하게 훼손되는 댓가를 납부하게 만든다. 때때로 편하고 효율적인 것이 속임수의 방편이 된다는 얘기다. 생각의 여백이 없는 게임이나 스크린은 자제해야 한다. 

우리 내면에 가장 고상하고 아름다운 것이 자극되는 환경을 제공하는 건 부모의 몫이다. 그런 환경으로 피폐된 자녀들의 내면에 왕짜증 공법을 구사하며 다스리려 하는 태도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아이들의 가슴에 상처와 저항감만 기른다. 말씀을 읽히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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