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4일 월요일

The Bible without chapters and verses

원래 성경에는 장절이 없었다. 장은 대개 13세기초에, 절은 16세기 중엽에 지금의 장절이 만들어진 것이다.

19세기 말 훗설이 유럽 인문학 위기의 원흉으로 수학화 정신을 지목한 바 있었다. 세상은 수리화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학화를 고집할 경우 인간의 지성이 자연에서 벗어난 그만큼 인지적 폭력이 가해지니 위기는 필연적 결과일 수밖에 없다는 게 요지다.

성경을 장절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환원주의 방식의 편이성이 환원주의 사고에 안주하게 만드는 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잘게 부수고 세밀하게 관찰하고 정교하게 분석하는 환원주의 이후에는 반드시 그 모든 조각들을 연결하고 통합하는 전체주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성경은 하나요 동일하신 하나님의 동일한 진리의 말씀을 담고 동일한 방향과 목적을 지향하고 있는 진리의 기적 통일체다. 비록 기록자가 다양하고 독자가 다양하고 쟝르가 다양하고 시대가 다양하고 시대적 환경이 다양하나 그 어떠한 다양성도 성경의 주어가 하나님 한 분이라는 주체의 통일성을 파괴하진 못한다.

어제 친구에게 받은 선물 [The Books of the Bible New Testament]는 예수님의 직접적인 말씀에 입혔던 색상을 제거하고 두 개로 나누어진 칼럼을 제거하고 장절을 제거한 신약이다. 장절로 구분된 성경 읽기에 익숙한 한국 목회자와 성도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성경을 통으로 읽는 문화의 형성을 위해서는 성경의 장절 없는 독서가 대단히 유익할 것 같다. 나아가 성경 한 장 혹은 한 구절로 박사학위 받아 말씀 가르칠 자를 가르치는 강단에 설 자격을 취득하는 일부 병폐도 대충 지적하고 경계할 수 있는 유익도 예상되는 성경읽기 방식이다.

한국에서 정절을 생략한 성경이 출간되어 정절이 구분된 성경과 더불어 읽혀지면 어떨까 생각한다. Better than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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