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일 토요일

말씀의 달인

성경을 읽다가 때때로 낯선 구절들과 만난다. 내 상황과 어떠한 접족점도 없는 내용들을 접할 때마다 솔직히 관심과 초점이 흐려진다. '주께서 헛다리를 짚으셨네.' 이런 불경한 생각과 더불어 내게 주어지지 않은 양식이라 여기고 중시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내가 미처 생각하지 않았고 경험하지 않았고 내 마음에 와닿지 않는 구절들이 내게 가장 긴요한 말씀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말씀이 내 의식과 주의를 끌지 못하는 건 그 말씀이 쓸데없는 것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현상은 우리의 경험이 짧고 생각이 좁고 마음이 둔하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모든 인생과 만물과 역사를 다 아시는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란 가장 기초적인 사실만 정직하게 생각해 보아도 그렇다. 우리가 생소하고 나랑 무관하게 보이는 말씀을 접할 때가 의식의 얕음과 경험의 왜소함과 사유의 빈곤을 인정하며 모든 부분에 있어서 지평을 넓혀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는 때다. 

원수들이 사방으로 우겨싸고 있어 주님만이 피난처요 안식처가 되신다는 시인의 고백을 접할 때에 아무런 감흥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는 우리가 너무 평탄한 삶을 살고 있다는 현실을 비추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보다 정직한 실상은 우리가 인생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경이 아니라 우리가 헛다리를 짚는 인생을 산다는 증거다. 그러니 성경을 보면서 낯설고 무신경한 구절과의 만남은 전인격적 지평 확대의 호기다. 성경 덮지 마시라. 오히려 변화와 성장의 기회를 포착함이 마땅하다. 

상상할 수 없이 많은 단어들을 알게 된 비결을 털어놓은 어떤 영어의 달인 이야기를 읽었다. 그는 책을 읽을 때마다 전투적인 자세를 취했단다. '내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기만 해 봐라.' 해서 그는 그런 단어가 나올 때마다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의미의 살쩜이 하나도 남지 않도록 그 단어의 뼛속까지 구석구석 발라 먹었단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와의 만남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갈증을 지닌 사람들은 걸어 다니는 사전이 되는거다. 이는 자연법에 해당한다. 

의미도 모르고 내용도 생소하고 써먹을 만한 구석이 도무지 발견되지 않는 말씀을 만나거든 미친듯이 기뻐하며 꿀보다 더 달콤한 음식을 접한 듯 드시라. 세상은 지금 말씀의 달인들을 요구한다. 그런 분들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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