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9일 토요일

중년의 가을을 희망하며

제때 졸업하지 않아 졸지에 칼빈에서 최고참 반열에 오르고야 말았다. 그것도 꽤나 흘렀다. 그런데 오늘 새벽 설교자는 선후배 개념이 공동체의 질서를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대목에서 고성을 동원했다. 물리적인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겠으나 내 마음에는 그때의 목소리가 피크였다. 찔려서다.

나도 모르게 이곳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는 '짠밥' 그릇수에 적응되어 유치한 '선배질'을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많이 있었다. 이곳에서 이 정도 살았으면 목에 힘 좀 줘도 되쟎냐는 뻗뻗하고 천박한 태도가 떳떳하고 정당한 권리인 양 내 속에서 호응을 얻고 있었던 거다. 이거 도려낼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 무진장 감사했다.

아마도 무의식 중에 하나님의 말씀 이외에 내 안에서 원리와 질서로 군림하는 다른 오만의 원흉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니까 선배의 고자세는 빙산의 타이니 조각에 불과한 거이지. 거듭나는 것의 실질적인 현상은 무엇인지 고심하게 되는 아침이다.

가을이 무르 익었는데 언제까지 난 여전히 설익은 여름일까. 원숙한 중년의 가을이 오기는 오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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