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5일 토요일

비통하고 부끄럽다

의인이 융성하면 백성이 기뻐하고 악인이 권세를 잡으면 백성이 탄식한다 (잠29:2).

1.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총체적인 비탄에 빠졌으며 매머드급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지혜자의 진단에 의하면, 이유는 간단하다. 권세의 칼잡이가 악해서다. "비선실세" 문제는 본질적인 원인이 아니라 악한 지도력의 자연스런 귀결이다. 정부든 기업이든 학교든 종교 기관이든 탄식의 일차적인 원흉은 악한 지도자다. 지도자의 변화 없이는 어떠한 해결책도 없다.

2. 당연히 백성의 탄식을 해소하는 무엇보다 우선적인 단계는 악한 권세의 제거겠다. 나는 악한 권세의 조속한 제거를 진심으로 소원한다. 그러나 동시에 의인의 융성도 병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악한 지도자의 공백을 더 악한 지도자가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민적인 탄식의 순환을 끊으려면 의인들이 나타나고 융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그런데 의인의 배출은 정치의 영역과 기능과 능력을 벗어난다. 그것은 종교의 영역이며 종교의 책임이며 종교의 기능이다. 교회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지점이다. 정치는 사악한 권세의 제거에 집중해야 하고 종교는 의인의 융성에 골몰해야 한다. 칼빈의 생각처럼, 하나님은 세상에 당신의 은총을 수여하는 두 가지의 외적인 수단으로 교회와 정부를 세우셨다.

4. 각 기관에게 부여된 고유한 권한과 기능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가지지만 하나의 기관이 모든 것들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합당한 것도 아니다. 각 기관이 저마다의 책임에 충실해야 국민의 탄식은 일소되고 사회는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게 된다. 기독교가 주목하고 진력해야 할 문제는 의로운 사람들의 왕성한 배출이다.

5. 지금 대한민국 전체가 신음하고 있는 국가의 총체적인 부실의 배후에는 기독교의 고질적인 직무유기 문제가 있으며 나에게는 이것이 일차적인 관심사다. 대한민국 정치계는 교회의 장로와 집사의 신분을 가진 상당수의 정치인이 오히려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국민의 탄식을 촉발하고 있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이것이 교회의 직무유기 현상이다.

6. 교회는 참으로 의로운 사람들을 배출해야 한다.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하나님의 영광과 타인의 유익을 구하는 인생관의 소유자를 산출해야 한다. 삼일운동 시기처럼 불의에 분노하고 의에 굶주린 경제인과 정치인과 예술인과 교육자를 길러내야 한다. 사회의 모든 영역에 이러한 인물들이 희귀한 것은 기독교의 책임이며 무엇보다 목회자의 책임이다.

7. 교회를 건강하게 세우고 의로운 인물들을 배출하여 사회와 국가의 기강을 바르게 확립하지 못하는 부실한 목회자 문제의 배후에는 신학교가 있다. 신학의 건강과 깊이보다 지연과 학연과 혈연을 따라 교수진을 구성하고 금력과 정치력의 동원 없이는 불가능한 신학교의 운영 실태가 바로 국민적인 탄식의 진원지다. 그래서 신학교의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

8. 백성의 탄식은 지도자의 악함에서 나오며, 지도자의 악함은 의인의 부재에서 비롯되며, 의인의 부재는 기독교의 부패와 나태의 결과이며, 기독교의 부패와 나태는 목회자의 과오이며, 목회자의 전인격적 부실함은 신학교 교수들의 책임이다. 그래서 무당과 주술과 독재와 사익이 국정을 붕괴시킨 현실의 구체적인 실체를 보면서 더더욱 고개가 숙여진다. 참으로 부끄럽다.

9. 코람데오 정신으로 신학교 이사회는 올바른 신학과 경건을 골고루 구비한 교수들을 발굴하고, 신학교 교수들은 성실하고 진실하고 경건한 목회자를 배출하고, 목회자는 하나님의 교회에서 의와 진리의 거룩함을 옷입은 각 분야의 의로운 성도들을 양육하고, 성도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정치와 경제와 사회와 문화와 예술의 모든 영역에서 진정한 의로움을 수혈해야 한다.

10. 이러한 일들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온 국민은 각자가 선 자리에서 수습의 팔을 걷고 때로는 탄식을 쏟아내고 때로는 분통을 터트리고 때로는 시국선언 낭독하고 때로는 담당자를 찾아가고 때로는 단독으로 혹은 집단으로 국민의 견해를 표명하고 때로는 상한 심령으로 통회하고 자복하는 기도의 자리에 엎드리고 때로는 불의를 질타하고 의를 촉구하는 집회로 합력해야 한다.

11. 우리의 총체적인 부실로 말미암은 초유의 비통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긍휼을 잊지 않으신다. 각 분야에서 소수의 의로운 사람들이 배치되어 있고 활동하고 있다. 우리 기독교는 약자와 빈자를 외면한 채 "권력자를 의지하지 말며 도울 힘이 없는 인간을 의지하지 말라"는 성경의 교훈을 외면하고 권력에 빌붙어 명성과 이권을 챙기려고 했던 모습부터 자백하고 돌이키자. 그리고 개혁의 시선은 의인의 융성을 견인하는 신학교의 회복에도 이르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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