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0일 화요일

순수와 지혜

만사를 하나님께 맡기지 않는다면, 스스로가 자기 인생의 조정자로 발벗고 나서게 된다. 주변에서 비상한 머리의 소유자를 만나면 그 기발하고 민첩한 인생 기획력에 충격의 아구가 닫아지질 않는다. 물론 세상에서 우리는 비둘기의 순전함에 뱀의 지혜까지 두루 겸비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지혜와 교활의 경계가 늘 모호하다. 당연히 내가 하면 지혜이고 남이 하면 교활이다. 해석자에 따라 종횡무진 그 속성이 달라지는 전천후 코걸이 귀걸이다.

난 솔직히 인생 설계도 작성과 실행에 미숙하다. '미숙'을 '순수'로 해석하면 나보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다 교활한 무리들로 분류되고 나의 '미숙'은 부끄러운 약점이 아니라 흠모할 장점으로 부각된다. 웃기는 일이다. 물론 '순수'가 요청되는 맥락 속에서는 '미숙'도 미덕으로 간주되고 지혜로운 자들은 자신의 진정성과 무관하게 대체로 교활한 자로 인식된다. 반면 '숙련함'이 요구되는 맥락 속에서는 '순수'도 미숙의 공범자로 단죄된다.

범사에 주를 인정하고 모든 행사를 주님께 맡기면 활용할 수 있는 의지와 지력과 관심과 시간과 마음의 여유는 무진장 확대된다. 그러나 원숙한 신앙을 따라 그런 인정과 의탁이 실행되지 않으면 미숙한 맹신으로 전락한다. 연습장이 없는 인생을 가장 값지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비법은 우리의 생명과 삶이 보혈의 무한한 댓가가 지불된 주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전적으로 그분에게 의탁하는 것이다. 효능은 만점이다.

일단 사람들에 대해 몸값을 높이려는 피곤한 강박에서 해방된다. 하지만 하나님에 대해서는 혼신을 기울여 주가의 정상을 구가하는 즐겁고 유쾌한 몰입에 빠지시라. 포도원 주인의 관심사는 포도원의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포도원 일군들의 복지 극대화에 있다. 일군들이 포도원 자체이다. 당연히 우리에게 채용의 자비로운 손을 뻗으신다. 이거 어떠한 일이 있어서 믿으시라. 고용자는 하나님 자신이고 고용의 기준은 그분의 주머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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