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4일 토요일

행위와 보응의 도식

각 사람의 행위대로 보응한다 (잠24:12)

서양적 사고는 대개 이 구절을 수학적인 등가 개념으로 이해한다. 행위와 보응 사이의 산술적인 대응 말이다. 이는 보이는 행위와 보이는 보응 사이를 비교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논리적' 귀결이다. 만약 인간의 등가 기준치에 미달하면 하나님의 형평성 혹은 공의를 의심하고 불평이나 원망 혹은 서운함도 서슴없이 표출한다.

올바른 이해를 위해 우리는 행위와 보응에 관한 문구가 하나님이 마음(לִבּוֹת)을 저울질 하시고 영혼(נַפְשְׁ)을 지키시는 분이 아신다는 맥락에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퉁~쳐서, 행위는 마음과 관계된 것이고 보응은 영혼과 관계된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드러난 것보다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포인트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을 평가할 때에도 그렇지만 타인에 대해 평가할 때에도 대체로 가시적인 행위와 보응의 관점에서 판단의 칼을 휘두른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을 보고자 하고 듣고 싶은 것을 듣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주관적인 지각에 기초하여 판단하는 것은 사태의 객관성을 빙자한 자신의 어떠함만 드러낼 뿐이겠다.

원수를 갚는 것이 하나님께 있다는 말은 판단의 기준과 주체가 하나님 자신임을 의미한다. 우리는 법의 판단자도 집행자도 아니라는 얘기겠다. 같은 맥락에서 행위와 보응 도식도 하나님 자신이 판단의 기준과 주체가 되신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되겠다. '나도 나를 판단하지 않는다...나를 판단하실 이는 주시라'고 한 바울의 말도 맥락의 결이 동일하다.

본문은 하나님의 속성에 대한 지식을 요청한다. 하나님이 판단의 기준이고 주체시기 때문이다. 인간의 산술적인 등가 개념으로 하나님의 고유한 판단의 자리를 넘보는 건 무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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