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1일 목요일

적응계시의 은혜

심지어 창조물에 대해서도 인간은 그것의 있는 그대로를 보거나 알 수 없습니다. 빛이나 입자 방식의 중계나 번역이 없이는 지각할 수 없습니다. 어떤 사물이 지각되는 것도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적응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데, 우리의 본성적 지각을 벗어난 하나님은 더더욱 우리의 우둔한 머리에 적응해 주시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식으로도 그분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적응계시 중에서도 그리스도 예수의 성육신은 죄 이외에는 우리와 한결 같이 동일하실 정도로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오신 최대의 적응이며 그런 적응을 통하여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하나님 지식의 최고점인 동시에 한계선이 되는 것입니다.

적응계시 이론과 관련하여, 인간은 유한할 뿐만 아니라 만물보다 심히 부패하고 거짓된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 인간에게 성경이 적응된 것이라면 성경도 인간이 가진 모든 제한성과 부패성과 죄성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과 의심이 제기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비록 성경이 인간의 불완전에 적응된 계시지만 성경 자체는 결코 불완전한 계시가 아닙니다. 성경의 완전성은 인간이 보기에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을 가장 잘 아시고 가장 사랑하고 계신 하나님이 인간에게 당신을 계시하실 때에 당신이 의도하신 내용을 의도하신 방법대로 의도하신 분량만큼 계시했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 성경은 어떠한 모자람도 없다는 뜻입니다.

성경의 완전성은 무엇보다 하나님 편에서의 완전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스스로 도달하기 원하는 결론이나 디테일에 성경이 침묵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성경을 완전하지 못하다고 말하는 것은 올바른 평가가 아닙니다. 물론 성경은 인간이 보기에는 인간이 원하는 내용과 원하는 방식과 원하는 차원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불완전한 것으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인간 편에서의 인간적인 기준을 따라서는 평가될 수 없는 책입니다.

다른 만물들도 그렇듯이 성경도 하나님의 자발적인 계시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의도하신 방식과 방향과 목적을 따라 이해되지 않으면 안되는 책입니다. 인간 중심성을 포기하는 자기부인 없이는 성경을 펼쳐도 종이와 잉크의 혼합물일 뿐입니다. 성경의 진리는 스스로 증거하고 있기에 “성경은 그 자체의 주석”(scripturam sui ipsius esse commentarium)이라는 성경의 자체 가신성은 성경 자체가 성경을 읽고 이해하는 원리이며 우리는 성경을 이해하되 마치 논의나 논증을 통하여 도달하는 결론이 아닌 일방적인 계시를 대하듯이 진리의 영이 가르치고 인도하는 대로 따라가는 수용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물론 이런 자세로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이론적인 숙지로는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결국 성경의 완전성에 대한 확신은 구원 밖에서는 이해될 수 없고 성령의 조명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며 믿음 이외의 방법을 통해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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