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5일 금요일

십자가의 역설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 (사53:5). 이는 자신의 피해와 타인의 유익이 인과의 짝을 이루고 있다는 다소 불쾌한 십자가의 역설이다. 나에게 가해진 손실이 너에게 주어지는 유익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마치 밟히지 않으려면 밟아야 한다는 사회적 약육강식 논리의 역발상 도식이다. 밟아야 밟히지 않는 상황을 해소하는 세상의 최고급 절충안은 서로 밟히지 않고 공공의 유익을 누리는 윈윈 전략이다. 그러나 "서로"라는 선형적인 범주가 "우리"라는 비선형적 전체로 확대되면 2인분의 윈윈 전략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죄로 말미암아 무너진 이 세상에는 어쩌면 모두가 좋아지는 길이 본질상 없는지도 모르겠다. 주님은 우리의 나음을 위해 채찍에 맞으셨다. 우리의 평화를 위해 징계를 받으셨다. 우리의 허물과 죄악을 사하려고 찔리시고 상하셨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지셨고 전지하고 전능하신 분이신데 다른 방도가 없으셨던 걸까? 너무도 억울하고 부당한 유죄의 상황에서 변론 한 마디도 없으셨고 추가적인 항소도 취하지 않으셨다. 그냥 당하셨다. 왜? 먼저는 당신의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건지기 위함이다. 동시에 우리에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기독교적 삶의 원리를 친히 보이셔서 가르치기 위함이다. 너무도 좋은 것을 주고자 하는데도 환영이 아니라 핍박을 당하는 방식이 요청되는 역설의 원리를. 이것이 바로 십자가의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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