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16일 월요일

시대의 표적을 읽는 교회

한병수/전주대학교 교회사 교수

어떤 블로거는 오늘날 시대의 키워드로 O2O, IoT, Big Data, AI, Cloud 등을 언급했다. O2O (Offline to Online)는 오프라인 서비스와 사물들이 온라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고, IoT (Internet of Things)는 모든 것들이 인터넷에 연동되는 현상이고, Big Data는 가공되기 이전 어떠한 맥락과 방향도 없는 순전한 1차 데이터를 가리키고,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기계에 정신적인 기능이 주입된 인공적인 지능을 일컬으며, Cloud는 어디서나 활용할 수 있는 가상의 온라인 공간을 가리킨다. 이는 인터넷 문화의 대표적인 특징이며 오늘날 삶의 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이다. 최근에는 구글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컴퓨터인 알파고와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이 대결해서 인간이 기계에게 패배하는 일이 벌어졌다. 인간의 유익과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기계가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졌으며 이제는 인간이 기계에게 배워야 하고 지능적인 주도권을 기계에게 양도해야 하는 상황의 도래를 입증한 것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대하여 한 히브리대 사학과 교수는 “2100년 이전에 현생인류 종말”이 올 것이고 나아가 새롭게 등장하는 인류는 고도로 발달한 기계와 인간의 조합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사람에게 불가능한 많은 문제들이 과학의 최첨단 인공물에 의해서는 해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자리도 사라지고 인간의 존재감도 감소되고 생존의 위협은 증대되고 있다. 사실 인공물에 의해 인간이 위축되는 현상은 우리에게 새롭지가 않다. 인간보다 뛰어난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인지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시력은 매보다 초라하고, 청력은 박쥐보다 떨어지고, 이빨은 사자보다 연약하고, 발톱은 독수리에 못 미치며, 다리는 치타보다 부실하다. 자연만이 아니라 인공물에 있어서도 잠수함과 비행기와 계산기와 레이더와 자동차가 인간보다 여러 부분에서 뛰어나다. 그러나 아무리 인공물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우주의 장엄함에 비하면 찻잔 속의 미미한 태풍이다.

시편 8편의 시인은 “주의 손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보고서 그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인간이 도대체 뭐라고 영화와 존귀의 관을 씌워 주셨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격하여 경탄을 쏟아낸다. 오늘날 눈의 기능을 확대한 과학의 도구로 관찰하고 추론한 결과에 의하면, 우주에는 천억 개의 별들을 가진 은하계가 천 억 개나 존재한다. 즉 10의 22승 개의 별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하늘의 만상은 셀 수 없다”(렘33:22)고 한 예레미야 선지자의 주장은 진실이다. 이토록 무수한 별들 중의 하나인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에 과도한 찬사와 경악과 공포와 예단은 금물이다. 아무리 사람들을 놀라게 할 과학도 이사야가 표현한 것처럼 기껏해야 하나의 물방울(사40:15)에 비유되는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인간문맥 안에서는 그렇게도 높임을 받는 신비나 기적이나 혁명도 하나님이 이루신 일들에 비교하면 그 수준이 너무나도 미미하다. 사실 인간의 참된 존엄성과 존재감은 주변을 둘러싼 환경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자신의 가문이나 신체적인 조건이나 사회적인 지위의 높낮이나 빈부의 크기나 영향력의 다소나 권력의 강약은 인간의 가치를 규정하는 결정적인 인자가 아니다. 그리스도 예수는 마지막 시대의 표적들 혹은 징조들(σημεlα)을 거론하는 문맥에서 “너희가 사람의 미혹을 받지 않도록 주의할 것”(마24:4)을 당부했다. 인간문맥 안에서 조율되고 가치화된 기준과 해석과 판단에 쉽게 휘둘리지 말라는 권면이다.

인간이 이마에 땀방울을 흘리며 씨앗을 심고 열매를 거두어서 연명하는 농사의 시작이나, 씨앗 자체를 개량하여 변종의 양식을 생산하는 GMO 기술이나, 운신의 폭을 넓혀서 하늘을 나르고 바다 위와 아래로 움직이고 땅 속으로도 다니고 심지어 대기권도 출입하는 과학의 발달이나, 나아가 정보의 분량과 정보처리 능력 및 속도를 높여 인간보다 많이 알고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에 의존하여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로봇의 제조가 뭐가 그리도 놀라운가! 하나님은 하루만에 아궁이에 들어갈 모든 들풀도 입히시고 까마귀도 먹이시며, 광야에서 재료도 없이 200만인분의 만나를 날마다 무로부터 생산하신 분이시며, 모든 곳에 거하셔서 이동의 필요조차 없으신 분이시며, 지식과 지혜에 있어서는 그 부요함을 측량할 수 없어서 땅에서의 최대 지식과 최고 지혜도 우매함일 뿐이라고 평하시는 분이시며, 주먹 사이즈의 전두엽에 2억 5천의 단백질을 만드는 뉴런을 약 1천억 개나 넣으시되 하나의 뉴런에 1천 개 이상의 경이로운 연결망을 만드신 분이시다.

사람의 발견은 다 사람들 사이에 합의된 기준을 따라 사람들의 눈에 놀라운 뿐이다. 교회는 “사람의 미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 인간의 존재론적 무게는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인간의 진정한 가치와 존엄성은 창조자의 형상을 따라 지음을 받았다는 사실에 기초한다. 이것은 인공지능 로봇을 비롯한 신체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 환경이 함부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감추어져 있다. 하나님의 형상은 인간의 모든 부분에서 확인되나 그 근원은 제거하지 못하도록 가리워져 있다. 이는 인간적인 조작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도록 신적인 지혜로 이루어진 의도적 은닉이다.

시대의 표적은 무엇인가? 앞에서 몇 가지 살펴본 것처럼 사람들이 열광하는 최첨단 과학의 현란한 표적들이 세상에 범람하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 예수는 악하고 음란한 세대가 표적을 구하자 그들의 기호와는 달리 보여줄 것은 그저 “요나의 표적” 뿐이라고 응수했다. 이 표적은 그리스도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가리킨다. 이처럼 인간에게 진실로 필요한 표적들 중의 표적은 사람들의 기호와는 무관하다. 교회도 각 시대마다 등장하는 사람의 미혹 혹은 혼미한 징조들에 휘말리지 말고 교회가 마땅히 세상에 보여야 할 표적이 무엇인지 분별하고 그것을 꿋꿋이 증거해야 한다. 현대의 급속한 문화적 변혁에도 무지하지 말아야 하겠지만 나아가 그 변혁의 파고에 휩쓸려 표류하지 않고 견고하게 교회에 맡겨진 표적 증거자의 고유한 사명에도 충실해야 한다. 완전한 하나님과 완전한 인간이신 그리스도 예수의 죽음과 부활은 모든 시대의 불변적인 표적이다. 인간의 유사 표적들이 창궐하면 할수록 참된 표적의 진가(眞價)와 갈증은 더욱 증대된다. 이 사실을 교회는 늘 응시해야 한다.

출처: 신앙세계 2016년 4월호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