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일 화요일

"실체"라는 용어에 대한 단상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지식은 참으로 난해하다. 그러므로 성경이 벗겨준 지식의 분량만큼 깨닫을 수밖에 없다. 실체의 개념도 만만치가 않다. 헬라어 "οὐσία"는 단순히 "εἶναι"의 현재 분사형에 기초한 명사로만 보는 것은 지극히 문법적인 발상일 뿐이다. "οὐσία"는 닫혀 있으며 어떠한 술어의 부착도 불허하며 그 자체로 계시되지 않으면 알려질 수 없다는 독특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서다. 이러한 개념을 다 담아내지 못하는 한국말로 "실체"라는 언어를 사용하면 그 언어의 중국문헌 안에 나타난 용례들을 꼼꼼히 살펴야 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하는데 작업이 너무 방대하고 지난하고 헬라어의 의미에 부응하는 개념적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보증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실체"라는 용어를 쓰면서도 라틴어와 헬라어 원문으로 돌아가 개념의 누수나 왜곡이나 변경을 방지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된다. 헬라어 "οὐσία"를 "실체"(substantia)라는 라틴어로 표현하는 것이 라틴 교부들의 눈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나 헬라 교부들의 눈에는 거슬렸다. sub-stantia는 ὑπό-στᾰσις 즉 특정한 위격을 나타내는 말의 라틴어 명사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라틴 교부들과 헬라 교부들 사이에는 용어상의 불일치로 인한 교리적 혼돈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아우구스티누스는 essentia라는 용어를 선호했다. 나도 같은 입장이다. 그리고 위격에 대해서는 헬라어의 "위격"에 해당하는 라틴어 명사를 쓰되 persona보다는 칼빈이 사용했던 sub-sistantia가 더 유용한 듯한데 후대에는 persona가 빈번하게 쓰였다.

이는 성경의 표현도 보존하고 라틴과 헬라 교부들 사이의 교리적 혼선도 정리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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