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2일 토요일

성경신학회 후기

신구약의 통일성에 대한 토마스의 중세적 입장을 발표했다. 교부들과 칼빈을 비롯한 정통적인 입장과 크게 다르지가 않았다. 놀라울 정도로 예리하고 정교하다. 안드레 울지가 칼빈의 통일성 개념에도 토마스의 흔적이 보인다고 할 정도였다. 난 토마스의 장점을 논문에 충실히 옮기면서 동시에 구원과 관련하여 토마스가 내세운 세례의 필연성 주장에 교리적 안다리를 걸었다.

1) 홍해를 건너는 것이 죄에서 해방되는 일이었고, 2) 예수님이 우리의 구원을 위해 쏟으신 물과 피는 세례와 성찬이며, 3) 더러운 손은 물로 씻어서 깨끗하게 되듯이, 세례도 죄를 깨끗이 씻어주는 기능을 한다는 토마스의 근거는 나름 성경과 상식에 부응하는 듯하나 정작 그것을 제정하신 예수님 자신과 사도들의 의도와 설명과는 무관하다.

토마스는 주체의 통일성과 칭의의 통일성과 성화의 통일성과 약속의 통일성과 은혜의 통일성을 주장한다. 신학적 결함을 발견하기 힘들다. 그러나 구원의 방식에 있어서는 세례의 필연성을 주장하며 세례가 원죄를 비롯한 모든 죄들을 씻어주고 그런 죄들로 말미암는 모든 형벌에서 해방시켜 준다는 입장을 천명한다. 이는 분명 우리가 걸러야 하는 부분이다.

구원의 방식도 신구약 통일성의 실체로 여긴다면 토마스는 비록 입술로는 신구약의 통일성을 주장하나 내용은 심각한 결함을 가졌다고 이해해야 하겠고, 만약 구원의 방식을 제거하고 본다면 정통적인 입장과 너무나도 유사하여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체를 따라서 신구약이 같다면 결국 실체의 항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가 토마스 평가의 관건이다.

나는 구원의 방식도 실체에 포함시켜 토마스의 견해를 비판하는 방향으로 논지를 전개했다. 발표한 이후 내 입장이 강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체로 토마스 비판은 구원론에 대해 집중하는 것이 좋겠고 신구약의 통일성에 대한 정통적인 고백은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견해였다. 일리가 있었다. 내가 지나친 통합적 사고를 시도했나 싶기도 하다.

암튼 많은 것을 생각하고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던 학회였다. 특별히 나와 견해가 다소 다른 분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것의 필요성도 많이 느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이르러서 특별히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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