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15일 토요일

디오그네투스 서신에서

우리는 "육신 안에" 있지만 "육신을 따라" 살지는 않습니다. 몸은 땅에 있는데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습니다. 눈을 따라서는 땅에 속하였고 믿음을 따라서는 하늘에 속한 것입니다. 믿음으로 살지 않으면 우리는 육신을 따라 땅에서 살아가는 생이 될 것입니다.

영혼과 몸의 관계는 기독인과 세상의 관계와 같습니다. 영혼은 몸의 모든 지체들에 두루 퍼져 있습니다. 기독인도 세상의 모든 도시들에 흩어져 있습니다. 영혼이 몸 안에 있지만 몸을 따라 살지는 않습니다. 기독인도 세상에 있으나 세상을 따르지는 않습니다.

때때로 슬픔을 겪고 억울함을 당하지만 그것에 매이거나 좌우되지 않습니다. 몸은 죽여도 영혼은 어찌하지 못하는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실패의 방석에 풀썩 주저 앉더라도 실패를 따라 살지는 않습니다. 그런 것이 기독인의 삶입니다.

바울의 고백처럼,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우리가 살아 있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입니다.

이처럼 세상의 심기를 건드리고 진동하게 만드는 역설이 기독교적 삶이지만 지금은 마치 다른 차원의 진동이 우리에게 발생하는 듯합니다. 이는 세상 안에 거하지 않고 세상 밖에서 삶면서도 세상을 따라 살아가는 기독인의 어울리지 않는 모습 때문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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