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5일 수요일

범교회적 신앙선언 컨설팅을 회고하며

내가 살고 있는 Grand Rapids에서는 3일동안 범교회적 모임이 있었다. 정식 명칭은 Ecumenical Faith Declaration Consultation (Grand Rapids, Michigan, February 2-4, 2014)이었다. 여러 나라와 다양한 교단에 속한 50여명의 지도급 인사들이 이 컨설팅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나는 어떤 교수님의 추천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스스로를 개혁교회 가족으로 여기는 다양한 교단에서 초청된 분들과의 만남과 교제와 대화가 나에게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논의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나의 권한 밖이라 생략한다.

1. 무엇보다 그리스도 안에서 개혁주의 신앙을 추구하는 분들이 모이니까 왠지 그냥 좋았다. 각 대륙과 나라와 민족에서 온 대표들의 겉모습은 푸근한 아저씨와 아주머니 느낌을 주었지만 자신의 생각을 입술로 끄집어낼 때에는 꽉찬 내공이 느껴졌다. 약한 자들을 들어 쓰시는 섭리인지 모르겠다. 암튼 개인적인 대화를 나누면 옆집 아저씨나 아주머니 느낌이다.

2. 비록 광의의 개혁교회 소속이라 할지라도 신학적 입장과 강조점에 있어서는 너무도 다양했다. 같은 주제를 논함에 있어서도 저마다의 문화와 이슈와 관점이 반영된 다양한 목소리가 같은 공간에 쏟아졌다. 그런데 싸우거나 미워하거나 등돌리는 감정적인 대응이나 유아적인 태도는 발견할 수 없었다. 오히려 다양성 속에서의 하나됨, 공존 속에서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현장을 목격했다.

3. 결과적인 면에서 컨설팅의 목적은 의도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결과물을 산출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떤 교리적 법령을 생산하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참여한 대표들은 우리가 서로의 속깊은 사연까지 공유하고 조언해 주는 것 자체가 개혁교회 연대의 본질적인 모습이라 하였다. 동의하든 반대하든 서로의 생각을 교환할 수 있는 자유가 존중되는 관계...

4. 여러 국가와 교단에서 오신 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친목을 도모하는 대화를 넘어 신학적인 이슈들과 현안들에 대해서도 정중하게 솔직한 입장을 물었다. 다들 솔직했다. 대부분 어떤 사회적 마사지를 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입장을 말해 주었다. 감사했다. 말하는 분들의 표정에서 다른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원수를 맺고 등짝을 돌리는 근거가 된다고는 생각지도 않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5. 서로의 신학적 견해차를 존중하는 태도가 성숙해 보였다. 자신의 입장을 소신있게 말하고 포기하지 않으면서 타인의 입장에도 예를 갖춘다. 자신의 견해를 강요하지 않았고 차이가 있더라도 존중하고 이유를 경청하고 배우려는 태도를 관찰하는 것이 나에게는 무척이나 유쾌했다. 사람의 의견은 위협적인 주먹을 보이고 다수결의 횡포를 휘두른다 해도 바뀌는 게 아니다. 유아적인 발상이다. 마음과 생각의 변화는 기적에 가깝다.

6. 이번 컨설팅은 모임을 준비한 주최측의 목적에 도달하지 못했다. 예기치 않은 이슈가 붉어졌고 전반적인 여론과 관심사도 그곳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주최측의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게 보였으나 이념적인 강행군 같은 미성숙한 처신이나 어떤 결론을 손아귀에 거무줘야 한다는 어떠한 강박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예기치 않은 대표들의 논의와 논지의 흐름을 존중하는 모습, 훌륭했다.

7. 도르트 총회의 역사적 사건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기회였다. 어떤 교리적인 결과물을 산출하는 자리가 아니라 어떤 사안에 대한 컨설팅에 불과한 것이기는 하였으나 다양한 나라의 개혁교회 인물들이 참석하고 토론하는 분위기는 도르트 총회를 방불했다. 개혁교회 안에서의 연대, 협의, 혹은 협력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기회였다.

8. 복음의 진리에 더 깊어져야 되겠다는 도전을 받았다. 내가 속한 교단이나 노회나 교회만이 아니라 온 땅과 시간에 흩어져 있는 "하나님의 백성"이란 보다 광범위한 범주를 의식하며 진리로 무장하고, 섬김의 대상을 제한하지 않고 하늘과 땅이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작정을 의식하며 하루하루 준비하며 살아가야 되겠다는 도전 말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