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3일 월요일

불쾌할 쓴소리

우리 개인의 권능과 경건으로 이 사람을 걷게 한 것처럼 왜 우리를 주목하느냐 (행3:12)

나면서 앉은뱅이 된 사람이 솔로몬 성전 미문에서 평소처럼 구걸하고 있었다. 그들의 기대는 고작해야 동전 몇 닢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평소처럼 성전을 출입하던 베드로와 요한의 '우리를 보라'는 심상치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에겐 이전보다 괜찮은 무언가가 주어질 것이라는 암시였다. 하여 설레이는 마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사도들은 예상을 뒤엎고 "은가 금은 내게 없다"는 금전적인 복지에 대한 기대감을 일거에 묵살하는 빈털터리 입장만 밝히는 것이었다. 이어지는 멘트는 더더욱 가관이다. 그리스도 예수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란다. 앉은뱅이 평생에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걷는다는 것은 늘 그림의 떡이었다. 평소의 바램이 아니었다.

그런데 걷기도 하고 뛰기까지 했다. 구하던 것을 받지는 못했지만 순식간에 궁극적인 필요가 채워졌다. 구하던 것을 더 이상 구하지 않아도 되도록 궁극적인 해결책이 주어졌다. 믿어지지 않았다. 모든 백성들도 크게 놀랐다. 모두가 범상치 않은 눈빛으로 베드로와 요한을 주목했다. 신령한 기운의 주인공을 교주로 떠받들 기세였다.

이에 베드로가 저항의 입술을 열었다. 이 일을 놀랍게 여기지 말란다. 특정한 개인의 권능과 경건으로 이 사람을 걷게 한 것이 아니니까 자신들을 주목하지 말란다. "예수로 말미암아 난 믿음"이 이 사람을 온전하게 했단다. 기적의 근원을 자신에게 돌리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 그 이름의 권능으로 돌린다. 처신이 정확했다.

기적을 일으킨 사도들의 처신은 모든 시대의 범례이다. 기적이 있다면 그리스도 예수의 권능으로 일어난 것이다. 어떤 목회자나 선교사나 신학자나 장로나 집사의 개인적인 권능과 경건에서 비롯되지 아니했다. 이것은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합바지 주장이나 어거지가 아니다. 모든 경우에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적용되는 원리이다.

그런데 오늘날 설교나 기도나 찬양을 통해 주님의 영광이 나타나고 치유가 일어나고 회복이 발생하면 그 공로나 원인을 자신의 개인적인 경건과 권능에 돌리며 사람들의 영광을 있는대로 취하고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교주 수준의 목회자가 곳곳에서 목격된다. 겉모양이 과하지 않으면서 은밀한 실속을 챙기는 분들도 동일하게 교활하다.

베드로와 요한은 그러질 아니했다. 한 자락의 영광을 갈취하는 것도 끔찍한 저주처럼 경계했다. 바울과 바나바도 그러했다. 나면서 앉은뱅이 된 자를 일으키자 자신들을 헤르메스 및 제우스의 육체적 현시로 간주하는 무리를 향해 격렬한 거부의 반응을 보였다. 옷을 갈기갈기 찢어 몸뚱이를 보이며 "우리도 너희와 같은 성정을 가진 사람"임을 역설했다.

혹 설교를 잘 한다면, 기도에 능력이 있다면, 찬양을 잘 드린다면, 겸손과 온유가 몸에 배였다면, 존영과 위엄이 있다면, 기적의 통로가 되었다면 무언가 타인과는 다른 자신의 우월성을 입증하는 증거인 양 간교하게 이득의 방편으로 잽사게 돌려서는 아니된다. 오히려 다른 모든 사람들과 성정이 같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보여주는 사도적 처신이 요청된다.

교회의 사이즈와 무관하게 성공과 출세와 자랑에 헐떡이는 욕망의 본질은 동일하다. 그러나 대형교회 경우에는 그런 욕망의 외면화가 현저하게 나타난다. 돈도 챙기고 명예도 챙기고 존경도 챙기고 아부도 챙기고 권력도 챙기고 뇌물도 챙긴다.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닥치는 대로 삼킨다. 약간의 체면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듯하지만 고도의 은신술을 구사하여 사람들의 눈을 가릴 뿐이다.

개인의 권능과 경건이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다. 그것을 이익의 방편으로 삼는다는 게 문제라는 이야기다. 모든 영광과 존귀와 찬양을 그리스도 예수께 돌리지 않고 자신에게 돌린다는 게 늘상 교회의 치명적인 문제였다. 모든 시대에 그러했다. 지금도 다르지가 않다. 이는 유명세를 경험한 사람만이 아니라 모두가 경계해야 할 문제이다.

어떠한 이적과 기사도 개인의 권능과 경건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사실, 의식의 손아귀로 목회의 인생이 끝나는 순간까지 거머쥐고 있어야 할 사도들의 교훈이다. 아니 죽을 때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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