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30일 목요일

소요리 문답 4-3 불변성

나 여호와는 변하지 않나니 그러므로 야곱의 자손들아 너희가 소멸되지 않으리라 (말3:6)

하나님이 변하시는 분이라면 하나님의 외부에 혹은 내부에 변화의 어떤 원인이 있다는 뜻입니다. 본문에서 하나님은 "나 여호와는 변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불변적인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계십니다. 이는 하나님의 내부에 변화의 어떠한 원인도 없다는 말입니다. 의지에 있어서도 하나님은 변하실 의사가 없습니다. 외부의 원인에 대해서도 만물의 근원이고 역사의 주체이신 하나님은 자신 이외에 자신을 움직이고 변하게 만드는 상위의 원인을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다. 이는 해와 달도 무색하게 될 정도로 절대적인 빛이시며 빛의 근원이신 분에게는 회전하고 변경되는 그림자가 없다는 말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자의나 외부의 원인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신적인 본성이 변화의 원인일 수 있을까요? 저의 대답은 원인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완전하신 분입니다. 완전한 분이시기 때문에 하나님의 본성에 더하거나 감하는 변화가 발생할 수 없습니다. 이는 가능성의 상태에 있다가 어떤 시점에 이르러서 실현되는 어떤 미완성이 하나님의 본성에는 전혀 없다는 뜻입니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다가 이후에 존재하게 되는 가능태가 하나님의 본성 혹은 실체에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은 존재에 있어서 시간이 시작된 이후로 종결되는 지점까지 끊임없이 "되어지는" 존재의 발전적인 진행형이 아닙니다.

영광에 있어서도 하나님은 가감이 없는 완전하신 분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이긴 하나 그렇다고 그것이 하나님의 영광에 유익이 된다거나 보탬이 된다거나 보완이 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하나님은 완전한 영광에 이르러 계신 분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후덕한 인격을 갖추거나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견고한 믿음을 가졌거나 예수님을 보여주는 희생적인 선행을 하였다고 할지라도 하나님께 생색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것들은 다 인생에게 유익할 뿐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알고 온 족속으로 제자를 삼고 가르치고 선을 행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게 복인 것입니다.

진리에 있어서도 하나님은 완전하신 분입니다. 더 옳으시고 도 참되실 수 없도록 완전히 옳으시고 참되신 분입니다. 어두움과 애매함과 거짓과 속임수가 전혀 없습니다. 하나님 이외에 다른 진리는 없으며 하나님 위에 보다 더 높은 진리도 없으며 소급될 수 있는 보다 근원적인 진리도 없으며 도달해야 할 더 궁극적인 진리도 없습니다. 진리의 근원이며 궁극이신 하나님은 완전하기 때문에 가변적인 상대적인 진리나 점진적인 진리가 그에게는 없습니다. 그에게는 완전한 진리만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진리는 불변적인 것입니다. 선악의 구별은 완전한 진리에만 의존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모든 선악의 구별은 하나님께 속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뜻과 계획에 있어서도 완전하기 때문에 원하시고 정하시면 변경되지 않습니다. 그분이 작정하신 것은 누구도 변경하지 못하며 그의 펴신 팔은 굽힐 자가 없습니다. 말라기의 본문은 긍휼히 여길 자를 긍휼히 여기시고 은혜 베풀 자에게 은혜 베푸시는 하나님의 불변성 때문에 야곱이 소멸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영원한 생명으로 예정하신 자는 반드시 구원하고 마시는 분입니다. 다른 어떠한 것도 여기에 변경을 가하지 못합니다. 시간 속에서 상황에 따라 인간의 설득에 의해서 뜻을 바꾸시는 분이 아닙니다. 영원 속에서 작정하신 모든 것들은 시간 속에서 그대로 실행되고 구현될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하나님이 후회도 하시고 탄식도 하시고 진노도 하시고 타협도 하시고 변경도 하시기 때문에 변하시는 분이라고 말합니다. 비록 하나님의 의지와 감정과 행위가 인간의 가지적인 언어로 묘사되긴 하였어도 사람의 통상적인 언어이해 습관을 따라 하나님을 사람처럼 변덕스런 분으로 여긴다면 소통의 차원에서 우리에게 스스로를 낮추신 적응의 은택을 왜곡하고 오용하는 것입니다. 영원부터 하나님의 정하신 뜻은 변하지 않습니다. 시간은 변화이기 때문에 시간에 속한 우리에게(quoad nos)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영원하신 하나님 편에서는 불변인 것이 시간적인 인간의 눈에는 변화로 지각되는 것 뿐입니다.

어떤 분들은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보좌도 움직일 수 있고 하나님의 계획도 수정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성경에는 믿음의 사람들이 기도로 하나님의 진노를 막아서고 하나님의 은총을 돌이키게 하는 내용들이 나옵니다. 그러나 그것을 근거로 하나님의 계획에 수정이나 변경이 일어난 것처럼 신적인 작정의 불변성을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의 작정이 이 땅에서 실현되는 방식은 인간의 지각이나 이성으로 그 자취를 추적할 수 없도록 은밀하며 우리와 기도로 소통하며 당신의 뜻과 계획을 우리와 더불어 조율하는 것처럼 지각되는 하나님의 섭리는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 오시는 방식인 것입니다.

사역에 있어서도 하나님은 완전하신 분이어서 사람들이 협조해야 비로소 하나님의 일이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나님께 협조하지 않으면 하나님은 아무것도 못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신과 인간은 서로 협력적인 동역자의 관계라고 말합니다. 인간에게 신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여 더욱 열심히 섬기라는 동기부여 차원에서 하나님과 인간의 협력 개념까지 고안해 낸 노력과 의도는 가상하나 '동역자'란 이름으로 하나님과 어깨를 겨누는 것은 흉내도 내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하나님은 왕이시고 우리는 백성이고 하나님은 주인이고 우리는 사환일 뿐입니다.

하나님은 죽은 자도 살리시고 무에서 존재를 만드시고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부르시는 분입니다. 능치 못하심이 없습니다. 하나님은 사역의 완성을 위해 인간을 비롯한 다른 어떤 것에게도 의존하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우리의 조력을 받아야 비로소 일하실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스스로 모든 것을 행하실 수 있는 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무언가를 명하시고 순종을 원하시고 그렇게 함으로써 하나님의 영광도 드러나고 하나님의 나라도 확장되고 하나님의 공의와 정직도 드러나게 되는 '협력적인 현상'이 있는 것은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사 극도로 복되게 하시려고 일하시는 하나님의 방식인 것입니다.

본성과 존재와 진리와 계획과 사역에 있어서 하나님은 변하시지 않습니다. 변하는 것은 믿음의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변함이 없으신 분입니다. 흔들림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이러한 불변성은 우리의 복된 삶에 얼마나 중요한 근원인지 모릅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변함이 없기에 우리에겐 걱정이 없습니다. 우리가 절망의 음부에 자리를 깔지라도 거기에 계시며 죽어야 마땅하고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의 운명에 결박되어 있더라도 자신이 생명을 던져 사망의 결박을 푸시고 자녀의 자유를 명하시며 그리스도 예수의 사랑에서 끊어질 수 없도록 성령의 불변적인 보증으로 인치신 분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시간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합니다. 한번도 동일한 자리에 머물러 있지를 못합니다. 시간이 정지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변합니다. 시간이 인간의 유전인자 속에 제거될 수 없도록 깊숙이 박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이상 세월의 변덕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영원한 분이시기 때문에 시간의 가변성에 매이시지 않습니다. 우리의 인격과 믿음과 행실은 지칠 줄 모르고 변덕을 부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뜻과 계획은 변하시지 않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는 것입니다. 이는 인격의 몰락과 믿음의 역주행과 선행의 부재에 면죄부를 발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말할 수 없는 감격과 겸손과 감사의 마음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열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입니다. 우리는 죄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그런 우리를 자녀로 대우해 주셨기에 우리는 나태와 방종의 삶이 아니라 성실과 절제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총은 상식의 항복과 논리의 붕괴와 인과의 마비처럼 인간의 모든 지성적인 무장을 해제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땅에서의 인과응보 논리에 얽매일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의 삶은 이제 외부의 강요나 강압이나 의무에 떠밀려 억지로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내부의 감격과 감사와 자발성에 의한 삶입니다. 

하나님은 변하시지 않고 그분의 자비와 긍휼은 무궁하기 때문에 야곱은 진멸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불변성에 우리의 소망과 만족과 안식과 평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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