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7일 목요일

다 주의 조화다

속은 자와 속이는 자가 다 그에게 속하였고 (욥12:16)

세상의 거절로 인한 상실감, 무기력, 허탈감은 아무리 메가톤급 무게가 실렸어도 맛배기에 불과하다. 때때로 버틸만한 분량으로 주어지는 거절의 경험은 나쁘지가 않다. 하나님에 의해 거절되고 버려지는 것의 위중함을 맛보는 기회일 수 있어서다. 이는 삶의 적소에 배치된 요긴한 알람장치 정도가 아니겠나.

살면서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밑바닦 경험도 그러하다. 생의 부패하고 일그러진 실상을 볼 수 있는 최저의 지경까지 내려가는 불가피한 상황, 몸부림을 치면서 결코 내게 있어서는 아니될 일이라는 생각으로 피하는 것은 소극적인 태도겠다. 그런 상황이 없으면 인생의 실상에 대한 감각도 무뎌지기 때문이다.

반찬 하나에도 그 자체로는 무용하고 먹거리도 아닌 다양한 양념들이 참여하고 뒤섞여야 제맛이 나듯이 인생의 맛도 그러하다. 어쩌면 타인의 발자국이 찍히지 않은 아주 생소한 절망의 오솔길로 접어들 때, 지금까지 사용되지 않은 희귀한 양념 사용의 기회라고 보아도 좋겠다. 사전정보 없는 경험이라 제맛이다.

자라온 환경들이 사람마다 다 다르다. 각자가 다채로운 성장배경 탓인지 삶의 색상과 향기와 촉감도 저마다 다양하다. 그러나 무수히 많은 그런 고유한 삶들이 악기처럼 집단을 이루어서 빚어내는 감미로운 화음은 마치 한 편의 거대한 심포니를 방불한다. 섭리의 심포니다. 각자가 주체로 참여하고 있으면서 섭리다.

때때로 괴상한 악기가 귀에 거슬리는 불협화음 가지고 소리를 섞어도 견딜만 하다. 다 주의 섭리적 조화일 수 있어서다. 하나님이 계셔서 우리에겐 영원한 상실감과 무기력과 허탈감이 불가하다. 그 정도가 아무리 심각해도 맛배기 정도의 경종일 뿐 우리에게 어떠한 위협도 가하지를 못한다.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까.

속은 자와 속이는 자가 다 하나님께 속했다는 욥의 통찰이 귓가에 심포니와 같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