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9일 토요일

다윗이 수상해

아들도 아침마다 시편과 잠언을 묵상한다.
뭐 강요된 QT에 가깝고 자발적 묵상이라 말하기는 곤란하다.
가끔씩 읽은 소감이나 배운 교훈이 무엇인지 물었다.

곧장 하나님의 맘에 쏙 들었다는 다윗에 대한 의구심을 쏟는다.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 이기적인 인물로 비쳤단다.
원수로 낭패와 수치를 당하게 해 달라는 보복의 기도가 많아서다.
하나님의 기쁨이 자기 원수의 망함에 있다는 묘한 논리도 펼친다.

눈물이 주야로 음식이 되는 슬픔에 빠졌을 때에는 하나님께
'어찌하여 자신을 잊었냐'며 항변의 격한 언사까지 내뱉는다. 
패배할 경우에는 책임을 하나님께 돌리되
주께서 자신을 버려 욕을 당하게 하였고
주께서 주의 백성을 무료로 원수에게 넘겼다는 
책임전가 식의 어설픈 이유까지 운운한다.

아들의 나름 '정당한' 의구심 해소가 필요했다.
시편 전체에서 뛰고 있는 시인들의 박동하는 심장 소리를 듣고
다윗의 경우에도 그가 내뱉은 격한 시어들의 얕은 지표가 아니라
저변에 깔린 다윗의 사랑과 신뢰와 의존과 기쁨과 소망이란 
주님과의 깊고 견고한 관계성을 더듬어 보라는 생각이
목젖에 걸려 나오지를 않았다.

이는 간단하고 즉각적인 정답 제시로 
묵상의 땀과 고민의 기회를 박탈하고 싶지 않아서다.
밖에서 주입된 교훈의 짧은 수명을 경험한 바 있었고
교훈의 그런 취득도 아들의 것이 아니라
아비가 걸어준 장식용에 불과한 것일 테니까...

우리를 주야로 모든 만물로 최고의 교훈으로 먹이시는
주님은 어떠한 양육의 고민을 하고 계실까? 그거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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