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30일 월요일

과제의 위력

둘째 녀석이 환경 특성화 학교에 출석한다. 곤충채집 및 낙엽수집 류의 과제들이 때때로 주어진다. 그러면 아부지는 아들만큼 바빠진다. 최소한 과제가 완료될 때까지는. 그런데 초등학교 재입학한 필름 끊어지는 듯한 아찔함도 이따금씩 엄습한다.

어제는 연못과 잔디밭과 산책로를 누비면서 곤충들을 수색했다. 한 마리도 못잡았다. 그런데 오늘 교회 가는 길에 지나가는 자동차가 무색할 정도로 벌레들의 움직임이 꿈틀꿈틀 감지된다. 벌레를 쫓다가 경로도 이탈했다. 별일이다.

지금은 캄캄한 밤인데도 유독 벌레들의 음파가 앞다투어 창틈을 비집는다. 별일이다. 평소 가볍게 생략하며 살았던 미물들의 존재가 의식의 그물망에 굵직하게 걸린다. 과제가 의식과 지각의 촉수에 미치는 영향이 이리도 큰 것일까나. 그러다가 문득...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그분을 영원토록 향유하는 인생의 최우선 과제가 떠올랐다. 이러한 과제가 나의 모든 의식과 지각을 장악하면 좋으려만 이미 다른 과제들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무엇보다 긴급하고 우선적인 과제에 소홀한 나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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