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5일 목요일

인생은 안개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 (약4:14)

사도는 오랜 발전의 역사를 거쳐 지금까지 이루어진 유구한 문명의 생산자라 할 인간의 존엄을 가볍게 생략한 채 온 천하와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생명을 안개의 덧없는 운명으로 묘사한다. 당연히 실체도 없고 수명도 짧은 안개와 비교되는 기분이 유쾌할 리 만무하다.

하지만 햇살 앞에 자신의 뿌연 존재감을 급히 상실하는 안개는 인생의 군더더기 없는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도의 입술로 말씀하신 하나님의 눈에는 인간이 안개에 불과하다. 땅에서 무엇하나 움켜잡을 손이 없는데도 욕심의 운무는 온 지면을 다 덮을 기세다.

사도 야고보가 우리에게 권하는 삶은 악하고 허탄한 자랑을 중단하고 형제를 비방하지 말고 판단하지 말고 선을 행하란다. 안개와 같은 인생이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이 바로 선행이다. 그러나 그 선행은 자랑의 빙거가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과 영광이 드러나는 통로이다.

태양이 떠오르면 안개는 자취를 감추듯이 하나님의 찬란한 속성을 드러낸 후 우리의 존재와 자랑으로 뿌엿게 가려서는 안되겠다. 안개가 안개이길 고집하면 스스로 안개의 덧없음에 머물지만 사라지면 비로소 가치와 의미를 확보하는 역설의 존재가 바로 안개 되시겠다.

스스로를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부서지고 산화되는 존재라며 탄식의 바닥, 두들기지 마시라. 오히려 인생의 본질에 더욱 가깝도록 떠밀리고 있음에 감사하자. 인생의 실상을 가장 선명하게 관찰하는 곳이 바로 바닥이다. 우리는 원래 안개였다. 높은 구름은 태양만 가린다.

그런데도 우리는 높은 구름에 부러움의 시선을 빼앗긴 채 원망의 생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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