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3일 일요일

나홀로와 더불어

자기 허물을 능히 깨달을 자 누구리요 나를 숨은 허물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시19:12)

예전에 어떤 목사님이 아무도 나를 보지 않을 때가 진짜 '있는 그대로의 나'라는 책을 저술했다. 맞는 말이지만 첨언이 필요하다. 즉 인간은 누군가가 있을 때에도 본성에 잠재되어 있던 다른 종류의 본색이 표면으로 부상한다. 꾸미고 도모하고 변신한다.

홀로 있었을 때에는 인기척도 없던 자신의 흠결이 인간관계 속에서 표출되는 일이 빈번하다. 사람들을 멀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만날수록 유익하다. 자신도 알지 못하였던 은밀히 감추어진 허물까지 발견하게 되니까다.

무리에게서 스스로 나누이는 자는 어리석다. 이유는 이렇다. 대체로 혼자 있으면 자신의 본모습이 들키지 않아서 무리를 기피한다. 코드에 맞는 사람과의 소통을 선호한다. 누구나 괜찮은 자신을 발견하고 싶어하지, 자신도 몰랐던 허물과의 직면은 불쾌한 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무리와의 단절 혹은 격리를 택한다면 타인에게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경험하지 못하고 고치지도 못하고 결국 진정한 성장의 기회가 박탈되고 만다. 그러니 어리석을 수밖에. 자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면 객관적 나 자신을 만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무리와의 연합만이 능사는 아니다. 사람들의 기호나 반응에 대한 반작용 차원에서 '만들어진 나'로 주조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또한 나에 대한 타인의 관찰이 정확한 것은 아니며 그런 관찰에 충실히 반응하는 것이 '최선의 나'를 만들지는 않아서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우리는 하나님 앞에 서 있을 때에 가장 객관적인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숨은 허물에 대해 하나님께 깨달음을 요청하는 다윗은 참으로 지혜롭다. 하나님을 가까이 하고 알면 알수록 나 자신을 보다 정확하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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