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4일 목요일

오직 주께만 범죄하여

내가 주께만 범죄하여 (시51:4)

말씀을 먹다가 늘 목에 가시처럼 걸리는 구절이다. 한 가정을 파괴하고 한 여인을 유린하고 한 충신을 모살한 다윗의 인륜에도 반하는 범죄가 오직 하나님에 대해서만 저질러진 일로 간주되고 마치 피해자에 대한 책임과 도의는 저버리는 듯한 구절이기 때문이다.

이 '불편하고 성가진' 구절은 분명 하나님의 말씀이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진리의 조각을 담아내고 있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이 죄의 궁극적인 대상이란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인간 및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의 것이니 결국 하나님과 관계되지 아니할 수 없다.

모든 죄는 하나님 앞에서 저질러진 하나님을 향한 죄다. 다윗은 잉태와 출산에서 시작하여 존재와 생각과 말과 행실에 하나님을 향한 "죄가 항상 내 앞에 있나이다" 인식론을 가진 사람이다. 이것을 타인들에 대한 죄책이나 도의를 무시한 것으로 이해하면 안되겠다.

"내가 주께만 범죄하여" 구절은 결코 자신과 타인과 사회와 피조물 전체에 대한 죄의식에 면죄부를 제공하지 않는다. 죄의 본질적인 성격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고 나아가 타인을 향한 우리의 태도 배후에 어떤 전제들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교훈하는 구절이다.

즉 타인에 대해 저지르는 죄는 그 사람이 크든 작든 부하든 가난하든 천하든 존귀하든 차별없이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을 향한 죄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부하, 직원, 아내, 자식, 하청업체, 후진국, 문맹국, 피난민, 이민자들 등에 대해서도 동일한 인식을 가져야만 한다.

죄를 저지르고 불의를 행하고 악독을 발산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욕설을 쏟아내도 돌아오는 보복의 강도가 약하면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강행하는 습성이 DNA 아랫묵을 차지한다. 재력과 정치력과 조직력을 갖춘 사람들에 대해서는 순한 멍멍이의 태도를 취하면서 말이다.

지극히 연약한 자에게 행한 것은 곧 그리스도 예수께 행한 것이라고 주님은 친히 말씀하고 계신다. 지극히 작아서 존재감 제로인 사람들을 멸시하는 자는 그 지으신 창조주를 멸시함과 같다는 지혜자의 말도 의미의 결이 동일하다. 모든 죄는 "주께만 범죄"한 것이다.

삶의 전 영역에서 이런 의식이 살아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죄에 대한 다윗의 인식론을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되겠다. 교회가 이런 의식으로 단단히 무장하면 좋겠다.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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