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2일 토요일

믿음이란 무엇인가?

종교가 그 자체의 본성 때문에 인식의 외적 원리(principium cognoscendi externum)을 가지고 있고 이에 대응하는 인식의 내적 원리(principium cognoscendi internum)가 인간에게 있는데 성경이 기독교의 외적인 인식 원리라고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내적인 인식의 원리는 믿음이다.

눈이 빛에 대응하고, 귀는 소리에 대응하며, 우리 안에 있는 로고스는 우리 밖에 있는 로고스에 대응하는 것처럼, 인간에게 있는 주관적 기관이 하나님의 객과적 계시에 대응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믿는다는 것은 종종 증명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적인 통찰에 의존하는 그런 확실한 모든 지식에 대하여 사용되는 용어이다. 플라톤은 지각에 기초한 감각적 세계에 대한 확실성을 믿음(pistis) 아래에서 이해하고 있다. 이런 개념을 따라 그는 '되어지는 것이 존재인 것처럼 믿게 되는 것이 진리'라고 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논증적인 방식으로 얻게 되는 지식과 우주적 이성(nous) 자체에서 추론되는 제1 원리에 대한 지식으로 구분하고 말하기를 '어떤 믿음으로 원리들이 그에게 알려질 때마다 그는 이해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유사한 맥락에서 클레멘트 교부는 직접적인 모든 지식과 확실성을 신앙의 이름으로 이해하고 하나님의 존재는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신앙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특별히 어거스틴는 사회와 학문에 대한 믿음의 중요성을 이렇게 진술한다. "믿지 않는 자는 결코 지식에 이를 수 없다. 믿음이 없이는 알지 못한다(nisi credideritis, non intelligetis). 신앙은 모든 인간 공동체를 하나로 엮는 근간이며 띠이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것을 믿어서는 안된다(quod non video credere non debeo)는 전제를 취한다면, 혈육과 우정과 사랑의 모든 유대는 단절되고 말 것이다. 볼 수 없어서 믿지 않는다면 인간사회 자체는 화합의 붕괴를 신음하며 존립조차 불가능한 지경으로 치달을 것이다. 이럴진대, 볼 수 없는 신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많은 신앙이 요구되는 것인가?"

이처럼 신앙이란 말은 제1 원리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식이며, 우리의 자아와 지각과 사유에 대한 신뢰이며, 외적 세계의 객관적인 존재에 대한 인식이며, 모든 인간 공동체의 존립을 지탱하는 공통의 신뢰이며, 직관으로 알려지고 행하여진 모든 것들을 의미한다.

그러나 성경에서 신앙은 대상과 근거와 근원에 있어서 전적으로 종교적인 개념을 제공한다. 신앙 그 자체가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어떤 종교적 관계를 표시하고 있다. '소망하는 것이며 보이지 않는 것의 실상이 신앙의 일반적인 개념이다. 이는 확고하고 확실한 지식 속에서 혹은 객관적인 참이라고 여겨지는 것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에 대한 신뢰, 그리스도 안에 계시하신 하나님께 전적으로 자신을 맡기는 것, 복음 안에서 그로 말미암아 선물하신 약속들을 개개인이 전유하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기독교의 신앙은 모든 지식(notitia)와 그에 대한 찬동(assensus)과 그것에 대한 전적인 신뢰(fiducia)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기독교의 신앙은 그 대상과 근거와 근원이 전적으로 오로지 하나님 안에 있다.

Albertus Magnus: 신앙은 확고한 집착과 찬동을 행하는 빛이요 따라서 그것은 신적 진리에 대한 지식에 이르는 길과 수단이다(fides lumen est, certissimam faciens adhaesionem et assensum...et ideo est via et medium ad scientiam veritatis divinorum).

Johannes Calvinus: 신앙은 확실하고 확고하며 완전히 확립된 확신(certa firma plena et fixa certitudo)이요 이해(apprehensio)보다 확신이요 믿음의 의지적 신뢰와 안전(cordis fiducia et securita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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