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7일 일요일

저스틴의 철학적 전향

저스틴(Justinus Martyrus, 100-165)은 진정한 신인식을 통해 획득할 행복을 추구하는 열정에 이끌려 철학에서 기독교 신앙으로 전향한 인물이다. 학문적인 탐구의 시발점은 스토아 철학이다. 그러나 신개념의 부실을 발견하고 아리스토텔레스, 피타고라스, 플라톤 철학으로 이동한다. 결국 플라톤 철학에서 정신의 비물질성, 이데아에 대한 직관, 직접적인 신인식의 출구를 발견한다. 그러나 우연히 마주친 기독교 노인과의 대화에서 기독교의 가르침이 플라톤의 학문적 지식보다 월등함을 확신한다. "당시 내 영혼 속에서 타오르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예언자와 그리스도, 동료 인간들에 대한 사랑으로 말아갔다. 나는 어떤 노인의 가르침을 거듭해서 사려한 결과, 이것이 참되고 신뢰할 수 있는 유익한 철학이라 판단하여 나는 '철학자'가 되었다 (Dialogus 8:155ff)."

철학에서 기독교로 전향한 인물이 다시 스스로 철학자가 되었다고 고백한 저스틴의 말이 모순처럼 여겨진다. 철학과 종교를 구분하는 근대 이후의 관점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시의 기독교는 그리스 로마의 철학적 전통과 내용상의 차이는 있지만 동일한 목표를 가졌다. 즉 바르고 좋은 삶을 추구하는 철학자적 탐구(philosophia)의 하나였다. 기독교는 로마의 전통적인 신숭배를 거부하는 철학의 한 분파라고 여겨 당시 로마 사람들은 기독교를 전통 거부하는 자 혹은 무신론자 딱지 붙이기를 서슴지 않았다. 저스틴의 눈에 '철학'은 인간의 이성과 사유를 근거로 바른 진리에 접근하는 모든 시도를 가리킨다. 철학과 종교가 대립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이성을 통한 진리인가 아니면 신앙을 통한 진리인가 그것이 문제였다. 중세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기도 하다. 중세사상 문제는 신앙과 이성의 대립이지 종교와 철학의 대립은 아니었다. 그런 오해는 근대 이후의 입장일 뿐이다. 이상을 고려해서 말하자면, 저스틴은 스토아 및 그리스 철학에서 기독교 철학으로 전향한 인물이라 하겠다.

클라우스 리젠후버, 중세사상사, p.20-2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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