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16일 일요일

질송의 중세연구

질송의 글을 읽는다. 그의 사유에는 탁월한 통찰과 로마 카톨릭적 오류가 공존한다. 저자에 의한 신구약의 통일성을 확언하고 있고 영감설에 대한 입장도 무난하고 신학자든 철학자든 가장 근원적인 자료의 샘이며 권위인 성경에 모든 지성적 활동의 뿌리를 박아야 한다는 태도도 건전해 보인다.

요한은 성자를 로고스(logos)라 하였고 바울은 하나님의 능력(energeia)과 지혜(sophia)라 하여 기독교 진리를 헬라어에 담았다. 성경에는 철학적 언어로 충만하다. 질송은 그런 전제에서 파생된 해석의 다양성을 지적하며 두 가지로 정리한다. 하나는 하르낙의 입장이다. 그리스도 예수를 로고스로 규정한 것은 기독교 사상이 헬레니즘 사상과 결탁하고 결국 복음의 순수성을 상실한 변질의 철학적 시궁창에 빠지고 말았다는 그런 입장에 근거하여 하르낙은 기독교가 복음서의 순수한 그리스도 예수의 가르침에 제한되는 것이 옳다고 보았다. 다른 하나는 로마 카톨릭 사가들이 고집하는 입장이다. 기독교 진리의 형성과 해석에 있어서 그리스 철학의 막대한 영향력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리의 본질이 바뀌거나 소멸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에 근거하여, 기독교는 종교적 철학이 된 것이 아니라 철학적 신학적 사색의 방대한 소스가 되었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질송은 후자의 대열에 섰다.

질송의 고대 및 중세 신학과 철학에 대한 학문적 기여도가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만큼 그의 신학적 공과를 엄밀하게 분석하고 교정해야 할 필요성도 크다. 중세의 신학과 철학을 연구하는 이들이 질송의 글은 꼭 지나가야 할 정거장이 아닌가 싶다. 중세신학 강의를 준비하는 문턱에 선 이 순간에 본 나의 생각은 그렇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