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27일 목요일

거룩의 요청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 (롬12:1)

어떤 구약학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레위기 이야기가 나왔다. 그분은 로마서 12장 1절이 레위기의 핵심이요 요약이라 하셨다. 레위기의 핵심은 거룩이다. 그러나 그 거룩의 본체는 그리스도 자신이다. 그분은 하나님께 자신을 산제사로 드리셨다. 이렇게 그리스도 예수는 레위기의 전부시다. 그리스도 예수를 본받는 우리들도 우리의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는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림이 마땅하다. 그러므로 레위기는 우리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하나님께 드릴 영적 예배는 정해진 시간과 공간에서 정해진 순서를 따라 드려지는 격식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인격과 삶 전체가 예배라는 사실의 모형이요 요약이다. 레위기는 우리의 인격과 삶 전체의 거룩을 요구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의 일상 자체가 어떠한 거룩을 담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거룩은 하나님의 은혜이고 하나님의 행위이고 하나님의 것이다. 거룩은 우리가 소유하고 취득하는 사물이 아니다.

다른 서신에서 바울은 그리스도 예수께서 우리에게 "거룩이 되신다"고 기록한다. 레위기는 하나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 거룩의 실체는 바로 우리에게 오신 그리스도 예수시다. 레위기의 거룩은 우리에게 어떤 거룩의 실체가 생기거나 소유되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거룩이 아니라 그리스도 예수가 친히 우리와 영원토록 함께 계시면서 우리는 죽고 그분만이 사셔서 그분이 우리에게 거룩이 되시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가 거룩하게 되는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거룩이 되시는 방식은 우리의 죄를 들추시고 고발하고 도려내는 고통과 환란과 역경과 아픔과 억울을 통해서다. 정금 같이 나아오기 위해서는 체질이 녹아 내 형상을 알아볼 수 없도록 자기가 부정되는 과정이 요구된다. 거룩은 깔끔한 옷차림과 반듯한 생활태도 그리고 편안하고 안락한 삶의 환경이 구비되는 것과 무관하다. 우리를 더럽히는 거룩에의 역주행은 우리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입에서 나오는 것으로 말미암는 것이라고 예수님은 말씀한다.

거룩의 요청은 거룩의 본체이신 그리스도 예수께서 우리 안에 거하시고 삶의 입에서 그분이 열매와 향기와 빛으로 나오시는 것과 관계한다. 레위기는 우리에게 그것을 요청한다. 하나님께 우리의 몸을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는 것은 곧 그리스도 예수는 살고 우리는 죽어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거룩의 정도는 내가 얼마나 죽었고 주님은 얼마나 내 안에서 사시고 계신지에 따라 가늠된다. 거룩의 길이 여전히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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