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9일 일요일

창조된 나무의 상태

아들이 창세기를 읽다가 성경을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와 알아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개구진 표정으로 질문을 던진다.

아들: 아빠 생각에는 하나님이 나무를 성장한 상태로 지으신 것 같아요 아니면 씨로 만드신 것 같아요?

아빠: 글쎄~~, 성장한 상태의 나무를 만드신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아들: 제 생각에는 나무를 처음에 씨로 만드신 것 같아요. 창세기 2장을 보세요. "들판에는 식물이 아직 싹트기 전(no plant of the field had yet sprouted)"이라고 나오고 "땅을 경작할 사람이 없었다(there was no man to cultivate the ground)"고 하잖아요. 식물이 싹트기 전이고 자라나기 전이라면 하나님이 만드신 나무를 성장한 상태의 나무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아요.

아빠: 성경에 근거한 상당히 논리적인 추론이라 생각한다. 장하다. 그러나 아빠는 네 입장과 조금 다르단다. 성경의 해석은 언제나 보다 분명한 부분으로 검증해야 한단다. 사람이 아기로 창조되지 않았고 닭이 계란으로 창조되지 않았던 것처럼 식물도 씨의 형태로 창조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1장에 보면, 식물의 창조는 세번째 날이고 사람의 창조는 여섯째 날이니까 사람의 경작과 무관하게 나무는 먼저 창조된 것이라고 이해해야 되겠지. 그러니 나무를 씨의 형태에서 사람이 경작해야 자라나는 것이라고 보는 건 창세기 1장과는 충돌되는 듯하구나. "아직 싹트기 전 혹은 지면에서 올라오기 전"이라는 표현도 나무가 씨의 상태로 있었다는 의미보다 실제로 아직 나무도 창조되지 않은 때이며, 사람이 없이는 식물의 창조도 큰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이해함이 좋을 듯하구나.

아들: 생각해 보니까 그런데요...그리고 만약 식물들이 씨로 만들어 졌다면 3일만에 열매까지 맺어서 아담과 하와에게 주어지지 않으면 그들이 굶주렸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빠의 말씀처럼 하나님이 나무를 만드실 때 씨를 심는 식으로는 안하신 것 같아요.

아빠: 성경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지만, 홍수 이전에는 기후가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씨에서 열매까지 걸리는 시간이 3일보다 짧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 아무튼 은진이의 생각이 기발하다. 3일동안 열매를 맺지 못했다면 아담과 하와가 배고파서 죽었을지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ㅎㅎㅎ

아들: 아빠, 과학은 공부하지 말아야 되는 거예요? 성경과 다른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아빠: 물론 성경과 과학이 다르고 때로는 충돌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과학을 공부하지 않을 이유라고 보지는 않는단다. 실제로 하나님과 하나님이 하신 일들을 이해하기 위해 과학공부 하는 분들도 많거든. 물론 하나님을 부인하기 위해 과학에 매달리는 경우도 있지만. 아빠의 경우에는 과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사람이 무지하고 연약하고 오류가 많다는 것을 배우면서 동시에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들을 자연에서 발견하고 하나님을 더 많이 알아가고 있단다.

아들: 같은 과학을 하면서도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는 건 왜그래요?

아빠: 좋은 질문이다. 권위와 관련된 문제란다. 과학의 대상은 자연이지. 자연을 이해하는 기준은 사람의 관찰이고. 사람이 보기에 질서라고 보이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 해석과 평가에 들어간다. 하나님을 그런 경험으로 평가하는 것에 사람들은 모두 익숙하다. 독일에서 태어난 임마누엘 칸트라는 철학자는 도덕을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했지. 하나님도 그 도덕으로 평가했다. 신에게 도덕이 없다면 하나님이 아니라고 생각했지. 그런 맥락에서 독일은 구약을 버리기도 했단다. 암틈 그게 하나님을 인식하는 칸트의 방식이다. 비록 도덕의 시작을 하나님께 돌리지만 이는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으려는 장치일 수도 있고 자기 시대에 하나님을 설명하는 방식일 수도 있단다. 문제는 하나님의 존재와 속성을 하나님 밖에서 찾고 밖에서 찾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지. 하나님의 자기계시 없이는 아무도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데 사람들은 스스로 하나님을 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성경으로 하나님을 알고 자연을 이해하는 게 올바른 인식의 질서란다.

아들: 과학을 공부해도 조심해야 되겠어요.

아빠: 과학은 상대적인 학문이란 사실을 명심하면 된다. 사람들이 실험과 관찰로 찾은 기준이 바로 '상수(constant)'란다. 그런데 상수의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상수도 바뀐다는 게 문제다. 우주의 절대온도 및 파이가 대표적인 경우이지.

아들: 그럼 변하지 말아야 할 상수가 변한다면 과학의 기초가 흔들리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아빠: 맞다. 사실 상수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인데도 상수라고 사람이 결정한 '수'인거지. 이런 걸 자연의 인간화라 한단다. 자연의 있는 그대로가 인간의 무지와 한계가 물씬 풍기는 인간적인 상수로 대체되고 있다는 무서운 이야기다. 여기서 공기와 물과 흙의 오염은 예고편에 불과할 정도로 무서운 자연의 저항이 시작될 지도 모르겠다.

아들: 과학을 공부해도 성경을 먼저 사랑하고 많이 읽자는 얘기네요...ㅎㅎㅎ

아빠: 그래, 그게 실천적인 대안이요 오늘 이야기의 결론이다.

이렇게 창세기를 묵상하고 대화하며 아이들의 방학 첫번째 날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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