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4일 월요일

홍길주의 문장론

홍길주는 삼라만상 전체가 다 문자요 책이란다.

"사람이 일용기거 및 보고 듣고 행하는 일이 진실로 천하의 지극한 문장이 아님이 없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스스로 글이라 여기지를 아니하고 반드시 책을 펼쳐 몇 줄의 글을 어설프게 목구멍과 이빨로 소리내어 읽은 뒤에야 비로소 책을 읽었다고 말한다. 이같은 것은 비록 백만번을 하더라도 무슨 보람이 있겠는가?"

절세의 명문장은 늘 반복되나 한번도 동일한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일상에서 발견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홍길주가 보기에는 눈과 귀로 접하는 일월, 풍운, 조수의 변화하는 자태에서 방안에 늘어선 책상이나 손님이나 하인들의 비속어에 이르도록 글이 아닌 것이 없었던 것이다. 사물의 본질을 투시하는 인문학적 소양의 발휘는 일상에서 요청된다. 

그는 무수한 책을 읽었다. 그러나 수십권, 수백권, 수천권 읽었다는 것이 뿌듯한 지적 포만감을 주는 것으로만 만족하진 않았다. 공부는 책하고만 결부되지 않는다. 온 세상과 자연이 뿜어내는 명문장을 읽어내는 내공도 부지런히 배양해야 한다. 그 필요성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신성과 능력이 표현하는 절세의 명문장이 지천에 깔려 있어서다.

활자로 된 언어만이 아니라 비활자적 언어에도 능통해야 일상의 입체적인 문헌들이 읽어진다. 하나님의 섭리인 삼라만상 전체를 문자로 번역하는 독법의 중요성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고조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타인의 번역본을 읽는다는 의미이다. 무형과 유형의 실재를 자기 언어로 번역하고 의미를 담아내는 작업이 문장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늘도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모든 것들에서 천하의 기이한 문장을 읽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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