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5일 금요일

사람에게 증거를 취하지 아니한다

나는 사람에게 증거를 취하지 아니한다 (요5:34)

왜 그러실까?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는 말씀으로 차오른 증인들의 뜨거운 사기에 싸늘한 찬물을 끼얹는 듯하여서 드는 의문이다. 이는 굳이 해석학적 마사지를 가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말 그대로 주님은 사람의 증거를 취하지 않으신다. 이는 서글픈 실상이긴 하나, 그 실상과 더불어 하나님의 깊은 배려 및 위로와의 절묘한 입맞춤도 확인되는 구절이다.

하나님은 일반의 마음을 지으시며 사람의 모든 행위를 모두 아시는 분이시다. 하나님은 인간이 알고자 하는 극거시나 극미시 세계를 원하는 정도만큼 아는 기관으로 눈과 귀를 지으시지 않으셨고 관찰과 청력에 근거해서 진리에 이르도록 사람의 지각을 조성하신 것도 아니다. 당연히 사실들을 파악할 수 없는 것처럼 태도를 취하는 회의주의 역사는 인류사의 길이만큼 장구할 수밖에 없었겠다.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오관은 물론이고 사람의 이성도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지 못하며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번역이요 해석이란 사실에 의문의 갸우뚱 수준을 넘어 거부할 수 없는 보편적 수긍의 고개를 떨구게 만든다. 극미시 세계는 알고자 하는 대상이 너무도 작고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방법은 이런 극소성에 비해 비대하여 대상에게 접근하는 순간 그것에 영향을 주는 방법론적 한계에 봉착했다. 극거시 세계에 대해서도 (비록 관찰의 천문학적 방법론에 동의한다 할지라도) 수억광년 이전의 과거를 지금 확인하는 셈이어서 무지의 두텁고 단단한 껍질은 좀처럼 벗겨지질 않는다.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도 사실 자체에는 접근할 수 없다는 방법론적 회의가 급기야 하나님의 존재와 진리의 객관적 인식을 부정하는 단계까지 나아간다.

그러나 인간의 인식론적 한계가 하나님의 존재와 진리를 폐하지는 못한다. 애초에 그리스도 예수의 복음과 진리는 교회나 사람이 확증하는 게 아니었다. 하나님은 우리의 머리에 담으신 주먹 사이즈의 말랑하고 뒤틀린 이성을 기독교 진리의 판관으로 임명하신 적이 없으시다. 성경은 자체의 진리를 스스로 증거하고, 성경 안에서 말씀하고 계시는 하나님 아버지와 그리스도 예수의 영이신 성령께서 친히 성경의 진정성을 증거한다. 당연히 하나님의 진리는 인간의 손에 맡겨지지 않았고 인간에 의해 좌우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이성적인 한계와 변덕스런 본성의 멱살을 거머쥐며 성경을 인간적인 오류와 무지의 거적때기 산물이라 간주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 시대인가. 주께서 사람에게 증거를 취하지 않으시는 게 얼마나 큰 지혜이고 위로인지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복음을 땅끝까지 세상 끝날까지 증거하는 증인의 과분한 소환장을 받은 것이 얼마나 영광스런 일인지 모른다. 진리는 실패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맡겨지지 않아서다. 이렇게 말하면, 내 일이 아니니까 그럼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다는 삐딱한 짝다리 자세가 선악과를 따먹은 후유증의 일환으로 인간의 본성적인 반응일 수 있겠다.

그러나 영광스런 증인의 소명을 받았다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진리를 가감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태도가 비록 우리의 죄악된 본성에는 위배되는 것이지만 그게 마땅히 취해야 할 우리의 합당한 태도이다. 나아가 하나님의 큰 은혜로 진리를 증거하는 도구로 쓰임을 받았다고 해서 그게 마치 내게서 나온 것인 것처럼 그래서 나의 증거로 주님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는 설익은 자긍심도 합당하지 않다. 목회자가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말씀과 기도에 전무하는 부르심 자체가 이미 영광이고 감사이기 때문이다.

주님은 사람에게 증거를 취하지 않으신다. 하늘의 아버지와 성령과 그가 행하신 일 자체가 그를 증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증인의 삶에 게을러도 된다는 태만의 면죄부를 챙긴다면 우리의 죄성에 손을 들어주는 셈이리라. 주님은 여전히 우리를 증인으로 부르셨다. 도와 달라는 게 아니다. 영광과 은혜로의 초청이다. 당연히 생명이 닳도록 주를 증거하는 삶의 동기는 도무지 합당하지 않은 과분한 영광과 은혜에 대한 감사여야 하는 거다. 사람에게 증거를 취하시지 않는 주님은 우리에게 인간의 실상과 영광을 동시에 보여주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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