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7일 토요일

고백의 의미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 저술된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속에 흩어진 나를 모으는 것이 회상이고, 모아서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 통합이다. 이것이 고백의 목적이다. 여기서 히포의 주교는 과거로 흘러간 자신의 흔적까지 자아의 개념에 집어넣고 있다. 나의 전부를 하나님께 드리는 통합의 방편이 고백이란 점, 흥미롭다. 관념의 하루를 닫는 일기도 나 자신을 하나님께 드리는 통합의 당일치기 방편일 수 있겠구나. 하루하루 매 순간마다 떠오르는 생각의 자취들을 모아 메모하는 것도 하나님께 나를 모아 드리는 통합의 소중한 도구겠다.

고백 자체가 하나님께 드려지는 거룩한 제물이라, 어거스틴 고백록을 묵상하다 건진 짭짤한 교훈이다. 고백의 주어가 나이기에 내 삶을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삶과 사태를 알고 경험하고 수집하여 고백의 내용물로 하나님께 드리는 건 조금 어색하다. 내가 하나님을 경배하고 찬양하며, 내가 이웃을 사랑하고 희생하고 섬기고 돌보며, 내가 회개할 자인 것처럼 형제들의 허물을 덮어주고 품고 기도하는 그런 '나'의 삶이라는 고백의 소여가 다른 것으로 대체되지 않아야 하겠기에 드는 생각이다.

신에게 고백의 글을 출간하는 것이 낯설었던 시대에 당시 출판계의 문화를 쇄신했던 이런 고백서 형식의 문헌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각자의 삶 전체가 언어로 번역된 기도문을 하나님께 올리는 건 아름답고 향기로운 시도이다. 남에게 읽히도록 기도하는 것이 민망하고 소름도 한 움큼은 떠밀어낼 일이지만 시편의 기자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찬양의 한 쟝르로 생각하면 닭살까지 돌출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다만 하나님을 향한 마음의 순수한 동기를 유지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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