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4일 수요일

멀러의 비공식적 라이트 평가

멀러 교수님과 N T Wright의 칭의론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본인은 라이트의 글을 많이 읽지 않았고 읽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으며 그 이유로는 자신에겐 별로 도움이 안될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하신다. 대화하며 느낀 전반적인 인상은 라이트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것이다. 대화하며 감지한 라이트에 대한 멀러 교수님의 '비공식적'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라이트의 칭의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냐고 여쭈었다. 멀러 교수님은 라이트가 두 가지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단다.

1. 바울은 당시 오해되고 있는 유대인식 율법관과 구원관을 떠났는데 라이트는 오히려 당시의 주변 문헌들을 근거로 유대적인 사유와 바울의 가르침을 묶으려고 한다. 바울 자신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는 처신이다.

2. 라이트는 종교개혁 신학과 개혁파 정통주의 신학의 입장을 탐구하지 않았으며 그럴 마음도 없어 보인다. 주석적인 전통을 존중하지 않고 자신의 석의와 유대문헌 해석에 치충하고 있다. 당연히 그가 취하는 교리적 입장은 그가 취한 소스의 산물이다.

라이트는 그리스도 순종을 능동과 수동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내용이 특이하지 않느냐고 여쭈었다. 이에 대한 멀러 교수님의 답변은, 그리스도 순종의 능동성과 수동성 구분은 종교개혁 주역들도 활용했던 구분이다. 그러나 개념이 어떠냐가 중요하다. 라이트의 개념은 종교개혁 입장과 다르다. 그는 그리스도 죽으심을 수동으로 간주하고 율법에 대한 그리스도 순종을 능동으로 연결하고 전자는 현재적 칭의의 원인이나 후자는 미래적 칭의를 위해 전가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비록 현재적 칭의가 미래적 칭의를 내다보게 만든다고 말하지만 미래적 칭의는 그리스도 순종과는 무관하고 성령의 도움을 입은 기독인의 삶에 의존한다.

이에 나는 라이트가 종교개혁 신학의 칭의와 성화를 이중적 칭의라는 개념 속으로 통합한 것 같으냐고 여쭈었다. 멀러는 아니라고 했다. 이는 구원과 직결되는 법정적 칭의와 중생자가 어떻게 거룩하게 되고 사느냐와 관계된 성화를 모두 구원과 결부된 칭의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덕담을 남기셨다. 라이트의 장점과 단점을 구분할 줄 알고 전자는 취하고 후자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온당하다. 좋은 것이 많다고 해로운 것까지 무더기로 승인하고 수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반대로 잘못된 부분들이 있다고 해서 전체를 거부하면 이 세상에 남아나는 것은 하나도 없어지게 된단다.

2013년 12월 3일 오전 11시, 칼빈 세미너리 멀러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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