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일 금요일

메모를 즐긴다

나는 메모를 즐긴다. 좋은 생각은 전두엽에 말린 이성의 주름 사이에서 생산되지 않았다. 내게서 비롯되지 않았다면 주어진 것이고, 그렇다면 나에게는 관리의 책임이 뒤따른다. 생각은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달아나지 못하도록 매달아 둘 활자의 닻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각을 메모의 방식으로 관리한다.

나는 페북과 블로그를 메모지로 쓴다. 생각은 좋을수록 한 개인의 전유물일 수 없다. 그 생각이 나에게 맡겨진 것이라면 주께서 폴한 스타일로 타인들과 공유하기 원하실 지 모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하여 주어진 생각을 내 스타일로 번역하고 타인들의 출입이 활발한 길거리 담벼락에 메모를 남긴다.

당연히 메모에 좋은 대목이 있다면 다 주님의 것이고, 오류가 티끌 만치라도 있다면 내게서 배설된 오역일 것이다. 전자의 극대화와 후자의 최소화가 메모의 관건이다. 그래서 이른 아침이든, 활동이 왕성한 대낮이든, 혹은 하루를 마감하는 야밤이든,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한 이후에 키보드를 두드리는 게 그래도 그나마 상책이다.

타인의 고유한 메모 스타일을 경험할 때마다 향기롭다. 마음도 보이고 표정도 보이고 성격도 보이고 관심도 보이고 희락도 보이고 분노도 보이고 슬픔도 보이고 근심도 보이고 사랑도 보여서다. 무엇보다 각자의 스타일로 번역된 하나님의 좋은 생각을 만나서다. 타인과 주고받는 소통의 즐거움은 거기에서 비롯된다.

페북이나 블로그에 공해의 주범이 되지는 않을까도 늘 의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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