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6일 금요일

일상의 유익

나는 투덜이다.

아이들 등하교로 날마다 운전대를 네 번이나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다른 스케줄로 서로 다른 학교를 출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주동안 학교마다 학부모 면담이 줄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연구와 글쓰기의 필름이 수시로 끊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상이 나를 보호하는 장치라는 걸 알기에 그넘의 '합당한' 투덜도 잠깐이다. 화면을 많이 보거나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눈의 깜빡임 횟수가 줄어들고 녹색이나 자연광이 안구에 적당히 출입하지 못하면 시력이 급격히 손상된다. 게다가 오랫동안 앉아 있으면 근육도 약화되고 혈액순환 저하되고 치질 발발율도 높아진다.

더 심각한 건, 학업에만 몰입하면 가족간에 눈을 마주치는 대화도 줄어들고 언어의 태생적 건조함 때문에 전인격의 조화와 통합은 서서히 매마르고 지성의 비대한 돌출이 이를 대신한다. 공부의 흐름은 끊어져도 일상의 충실에서 얻는 유익이 비교할 수 없도록 크다. 의식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일상적인 것들은 의식의 유무와 무관하게 중요해서 상의나 동의도 없이 주어진 '선물'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