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일 월요일

그리스도 지옥강하

어느 페친이 질문을 주셨다: '주님께서 지옥으로 가셨다는 것의 교부적 해석과 베드로의 언급에 대한 해석에 관해 자세한 설명 부탁 드립니다.' 하여 다소 신학적인 이야기를 조금 길게 적는다. 관심자 외에는 스킵해도 되시겠다.

주님께서 지옥으로 내려 가셨다(descent into hell, descensus Christi ad inferos)는 말은 사도신경 영어판에 포함되어 있고 미국의 교회 대부분은 예배시에 그것을 읽습니다. 아들에게 익숙한 단어라 대화할 때 그냥 있는 그대로의 용어를 썼습니다. 이것의 의미에 대해 자세히 다루지를 않아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 지옥으로 내려 가셨다'는 것은 대체로 교부들의 보편적인 용어였던 것 같습니다. Polycarp, Justin Martyr, Origen, Hermas, Irenaeus, Cyprian, Tertullain, Hippolytus, Clement of Alexandria, Athanasius, Ambrose, Augustine 같은 분들의 글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최초의 언급은 2세기 초의 이그나티우스 서신에서 나타난 것이구요. Hell의 개념에 대해서는 Hades, Inferna, Netherworld, Grave, Suffering and Death 등 다양한 의미가 있습니다. Hades는 신약에서 주로 망자의 영역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망자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택자와 유기자를 모두 가리키는 것인지, 택자만 가리키는 것인지, 아니면 유기자만 가리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장이 다양해요. 대부분의 교부들은 예수님이 하데스로 강하하실 때에 그곳에는 구약의 의인들이 머물러 있었다고 말합니다.

한편으로 요세푸스 경우, 당시 바리새파 사람들은 하데스가 의인과 불의한 사람이 함께 거하는 곳이라고 말하면서 본인은 하데스는 악인이 가는 곳이며 의인은 천국으로 곧장 간다는 입장을 펼칩니다. 필로는 다소 헬라화된 변경을 가하지만 대체로는 요세푸스 입장에 숟가락을 얹습니다. 랍비 문헌들 내에서도 크게 위의 두 입장으로 구분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하데스를 게헨나(Gehenna)와 예리하게 구분하여 하데스는 죽은 망자들을 받았다가 생명과 심판의 부활 이후에는 게헨나로 바뀐다고 말합니다. 성경 안에서도 하데스를 모든 영혼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언급들(눅16:23, 26; 행2:27, 31; 시16:8-11)과 거기는 불의한 영혼만이 가는 곳이며 의인들의 경우는 다르게 표현되는 구절들(계20:13f; 눅16:9, 23:43; 고후5:8; 빌1:23; 히12:22)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해들과 맞물려 주님께서 지옥으로 강하하여 복음을 증거하신 것과 관련하여 이는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어떤 유익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1) 주님의 구속적인 행위가 구약의 족장들과 선지자들 등에게 제한됨 (Ignatius, Irenaeus, Tertullian), 2) 홍수 이전의 의로운 유대인과 이방인이 구원을 받는다는 주장 (Clement of Alexandria 외에 Alexandrian theologians, Origen), 3) 대단히 악한 자 이외에는 모든 자들을 구원한다 (Melito, Gregory of Nazianzus, Ephraem) 등 교부들 사이에도 입장이 분분한 것 같습니다. Cyril of Alexandria는 그리스도 예수께서 지옥에 강하하여 성도를 삼키는 모든 하데스를 멸하셨고, 죽음의 만족할 줄 모르는 심연을 비웠다고 말합니다. 이로써 사단으로 절망에 처하게 만들고 마셨다는 얘깁니다. 루터주의 입장은 시릴의 재판인 셈입니다.

중세에는 이 문제가 천국, 지옥, 연옥, 족장들의 림보 (limbus patrum) 및 세례받지 않은 아이들의 림보와 하데스의 중간상태 사상이 서로 복잡하게 섞입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경우, 그리스도 지옥강하 의미를 공간적인 이동이 아니라 영적인 효력으로 보면서 주님은 지하세계 가셨으나 불신자의 회심이 아니라 그들을 불신과 사악에 대해 부끄럽게 하시려고 가셨다고 말합니다. 의롭고 거룩한 족장들의 영혼은 주님의 강하로 원죄의 형벌에서 구원을 받게 되지만요. 아이들의 림보에 있는 영혼들은 또 구원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루터는 전 그리스도(Totus Christus), 신이요 인간(Deus-Homo)이신 그리스도 예수께서 지옥으로 가셨다는 입장을 취합니다. 가셔서 지옥을 파멸하고 사단을 결박하여 하늘과 땅과 땅 아래의 진정한 승리의 주가 되셨다는 것이지요. 당연히 지옥의 강하는 그리스도 승귀의 첫단계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루터파 중에서도 Flacius와 Calovius 같은 분들은 약간 다르게 주님의 지옥 강하를 유기자에 대한 심판의 정죄적인 표명이라 했습니다.

칼빈의 경우에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주님의 지옥강하 용어를 용인하고 쓰면서도 개념적 구별을 가합니다. 즉 '지옥'은 '무덤'을 뜻하는 것이며 성부와 성자의 신적인 관계에서 성자가 버림을 당하시는 고통, 인간의 죄로 인한 결과지만 인간이 상상치도 못할 영적 고통과 아픔을 관통해야 하셨는데 그런 고통과 수난과 죽음과 무덤의 의미가 지옥이란 용어에 담겼다고 본 것입니다. 주님께서 하데스를 가셨다는 것은 이처럼 설명할 수 없도록 지옥 같은 그리스도 예수의 고통을 의미하는 풍유적 표현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독론적 표현을 쓴다면, 그리스도 비하의 마지막 단계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견해는 이미 14세기 Durandus, Pico Della Mirandola, Nicholas of Cusa 등의 중세 인물들이 inferna를 하나의 장소가 아니라 형벌이란 뜻이라고 본 것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쯔빙글리 역시 그리스도 강하를 주님의 십자가 상에서의 고통스런 형벌의 경험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이후로 개혁주의 입장은 웨스트민스터 대요리문답(49-50)과 하이델 교리문답(44)에서 보이듯이 칼빈을 따라 주님의 지옥 강하를 그리스도 비하의 마지막 단계로 보는 것입니다. 영국 성공회와 심지어 바르트도 이런 입장을 취합니다.

저는 다소 절충적인 입장을 취합니다. 지옥을 무덤으로 간주하고 주님께서 지옥으로 가셨다는 것을 주님께서 경험하신 무한한 영적 고통의 풍유적 표현으로 보되, 동시에 물리적 장소적 강하는 아니지만 죽은 영들에게 가서 복음을 전하신 것으로 본다면, 택자에게 간 경우에는 그리스도 예수의 초림으로 말미암는 복음의 최종적인 명료성을 알리시고 유기자에 대해서는 믿지 않은 고로 심판을 받은 것이라는 사실을 예수님 이전의 모든 이들에게 확증시켜 입증하되 음부의 권세가 교회를 흔들지 못하는 승리의 최종적인 선언으로 보는 이해에 대해서도 문을 열어 놓는다는 입장 말입니다. 주님의 완전한 이루심을 선포하되 이로써 택자들이 비로소 구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유기자의 멸망이 뒤집히는 것도 아니며, 택자들은 이미 받은 구원에 복음의 동일한 판명성을 확인하고 유기자는 멸망의 너무도 명백한 증거를 접하면서 그들의 멸망에 핑계나 변명이나 원망이 없어지고 결국 이렇게든 저렇게든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와 엄중한 공의가 모두에게 증거되는 셈입니다. 칼빈이 첫번째 베드로 서신(3:19)을 설명할 때에 취한 태도처럼, 예수님이 찾아간 영혼들을 베드로가 명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두 그룹의 무차별적 혼합으로 여기지는 아니하되, 주님의 죽음은 택자들과 유기자들 모두에게 알려지게 된 것이라고 봄이 좋을 듯합니다.

제가 언급하지 않은 보다 다양한 견해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 생각과 다른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성경을 읽으면서 건강한 성경 교사들의 글들을 더 읽으면서 얼마든지 잘못되고 미비된 것은 수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문제를 계속 공부하고 생각하되, 칼빈이 취한 태도처럼 성경의 난해한 부분은 명료한 부분이 벗겨주는 만큼 이해하는 것이 안전하고 성경의 명료한 부분들과 상치되는 경우에는 성경이 그은 계시의 경계선을 넘어서지 않는 것이 지혜로운 처신일 듯합니다. 성경이 명시하지 않은 구체성 혹은 엄밀성의 차이에 관하여 성경을 훼손하지 않는 입장들에 대해서는 니편내편 떠나서 존중하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동시에 성경의 난해한 부분에 다양한 입장이 있다는 이유로 망측한 궤변으로 성경의 본질적 진리까지 뒤흔들며 교묘한 반사이익 챙기려는 무리들에 대해서는 단호한 경계와 입장을 표명함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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