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7일 수요일

판단하지 마시라

나도 나를 판단치 않노니 (고전4:3)

세상에서 바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울 자신이다.
당연히 자신보다 자신을 더 잘 알지 못하는 타인들의 판단은
바울에게 '작은 일'일 수밖에 없었겠다.
그는 고린도 교회의 송곳보다 뾰족한 사도성 관련 구설수의 극복책을
끝장토론, 이단논박, 논리대결 방식에 호소하지 않았다.

나아가 바울은 자신도 자신을 판단하지 않는다며,
자신을 판단하실 분은 오직 주님 뿐이라는 결론을 제시한다.
이러한 최상의 해법을 취한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 주님은 바울을 바울 자신보다 더 잘 아시기 때문이다.
둘째, 인간은 자신에 대해서도 재판권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다.

스스로를 우월한 존재로 높이는 것은 당연히 교만이고
열등한 존재로 비관하는 것은 은밀한 교만이다.
자기비하 역시 교만인 이유는
그런 판단이 자신을 그런 꼴로 지으신 창조자를 겨냥하기 때문이다.
비록 판단의 내용은 겸손처럼 보이지만
판단의 자리에 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범법이고 월권이다.

나를 판단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삶의 태도와 양식이 달라진다.
타인의 판단을 의식하면 타인의 평가에 춤추는 인생을 살아간다.
스스로를 판단의 주체로 여기면 불통의 삶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나 자신을 비롯하여 천지와 만물의 판단자가
오직 그리스도 예수라는 사실을 인격과 삶의 닻으로 여긴다면
인간 문맥에서 이는 우월과 열등이란 교만의 물살에 휩쓸리지 않을 것이다.

타인도 판단하지 말고 자신도 판단하지 마시라.
타인을 판단하면 정죄나 비교의 올무에 걸려들 것이고
자신을 판단하면 자만이나 비하의 족쇄에 스스로 결박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나 타인이나 판단하는 분은 오직 그리스도 예수시다.
이런 관점으로 타인을 보면 사랑과 섬김과 권면이 촉발되고
이런 시각으로 자신을 보면 자랑이 십자가 뿐임을 고백하게 된다.

그렇다고 바울의 이러한 판단중지 입장을
자신의 부덕과 악행에 대한 외부의 왈가불가 중지처럼 여기는 분 계시다면
장마가 맨땅을 두들겨서 일으킨 먼지의 분량이 무색할 정도의
회초리 세례가 그에게는 보약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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