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3일 화요일

가려진 그대로

타인의 마음이 적당히 가려진 것도 복이다.

타인의 의도를 지나치게 알려고도 하지 마시라.
드러나지 않은 의도의 뿌리까지 캐내려고
분석의 시퍼런 날을 예리하게 세우지도 마시라

본성의 가장 은밀한 아랫묵에 이르렀다 할지라도
그리하여 타인의 마지막 속셈까지 까발렸다 하더라도
그것이 고달픈 생을 달래는 열쇠일 수는 없어서다.

혹 언어와 행실 배후를 떠받치는
교묘한 의도의 선명한 윤곽을 정확히 더듬었다 할지라도
어떠한 분량까지 내색해야 하는지가 또 하나의 과제이다.

타인의 마음과 생각과 의도는
두개골과 갈비뼈가 창조의 단계에서 이미 적당한 울타리로
호위하고 있음을 존중하는 게 오히려 상책이다.

서로의 마음과 의도가 적당히 알려지고 적당히 가려져 있음은
인간문맥 속에서의 관계성이 보존되고 그 안에
진리를 심고 가치를 산출하는 신적인 섭리의 일부이다.

귀도 모든 정보의 파장을 감지하진 못하도록 지어졌다.
그냥 지나가는 파장이 걸러지는 파장의 영역보다 넓다.
보여진 만큼 보고 들려진 만큼 듣는 게 우리의 안식이다.

이 모든 일에 주님은 의롭고 선하시고 자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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