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9일 화요일

겸손

칼빈은 겸손이 진정한 기독교 철학의 토대라는 것과
신앙의 덕은 첫째도 겸손, 둘째도 겸손, 셋째도 겸손이며
천사를 마귀로 만드는 건 교만이나
사람을 천사로 만드는 건 겸손이라 한
교부들의 생각을 항상 열렬히 (semper vehementer) 곱씹으며
기독교의 교훈을 묻는 이들에게 "항상" 이렇게 답하였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겸손(humilitatem)이다."

우리는 본성의 가능성에 대해 (de naturae possibilitate)
무엇을 그렇게도 중요하게 여기는가?
그것은 상하였고 부서졌고 뒤틀렸고 망하였다.
그런데도 사람이 자기에게 어떤 덕이 있다고 의식하며
자랑과 교만을 삼가는 것은 겸손이 아니며
겸손 이외에는 자기에게 피난처가 없다고
진심으로 느낄 때에 거기에 비로소 겸손이 있다.

우리 자신은 악에 불과하기 때문에 (non nisi mali)
오직 하나님의 자비에 의해서만 설 수 있다.
하나님께 무언가를 돌린다고 돌린 그것만큼
우리의 복지가 손상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낮음을 고백하는 것은
하나님의 자비를 힘입을 준비이다 (in remedium paratam).

지금 나는
능력을 가진 자가 진정한 겸손에 엎드리기 위해
자신의 능력에 대한 생각을 접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자애와 야심(φιλαυτίας και φιλονεικίας)이란
질병을 버리라고 요구한다.
이 병 때문에 사람들은 시야가 흐려지고
스스로를 과대하게 평가한다.

하여 나는
성경이란 진실한 거울 (veraci scripturae speculo) 속에서
스스로를 바르게 인식할 것을 요구한다.

칼빈에게 겸손은 결국 '성경 앞에서의 겸손'이다.
기독교 교훈의 총화를 겸손으로 보되,
성경 전체를 관통해서 보고자 한
칼빈의 계시 의존적인 태도가 참 좋다.
다양한 종류의 겸손들을 상대화할 기준이
성경이란 사실! 다짐하게 하는 사람이다.

Calvin, Institutio 1559, II.ii.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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