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6일 금요일

신구약의 통일성

저희와 같이 우리도 복음 전함을 받은 자이나...믿음으로 화합지 아니했다 (히4:2)

신구약의 모든 사람들이 전하여 들은 것은 "복음"이다. 구약과 신약에서 복음은 하나요 동일하며 그것을 받는 방식으로 믿음도 동일하다. 신구약의 통일성 문제는 다양한 시대에 다양한 방식으로 거절되어 왔다. 2세기 초중반에 활동한 말시온 (Marcion, 85-160)은 성경의 통일성을 파괴한 대표적인 주범으로 교부들의 입방아에 단골처럼 오르내린 인물이다. 서방신학 토대를 다진 터툴리안, 그의 날카로운 눈매에 감지된 "말시온의 고유하고 주요한 작업은 율법과 복음의 분리(Separatio legis et euangelii proprium et principale opus est Marcionis)"였다. 이유는 신구약의 주체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말시온은 보복의 신과 은혜의 신을 대립시켜 성경의 주체를 분리했다.

신구약의 통일성에 대해 주체의 통일성에 있어서는 변론의 목소리를 높였으나 교리의 통일성에 있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 인물이 13세기에 등장했다. 토마스 아퀴나스 (Thomas Aquinas, 1225-1274), 그는 구약과 신약이 교훈의 판명성을 따라서는(ad manifestationem) 차이를 보이지만 가르침의 본질을 따라서는 (ad substantiam praeceptorum) 신구약이 동일하며 하나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원의 교리에 있어서는 신구약의 차이가 완전과 불완전(perfectum et imperfectum)의 차이라고 주장한다. 구약의 율법은 자연의 법과 은혜의 법 사이의(inter legem naturae et legem gratiae) 중간적인 단계라고 보았다. 나아가 구약은 예수님의 성부께서 주셨고 신약은 예수님이 저자시다, 혹은 구약은 성부에게 속하였고 신약은 그리스도와 성령에게 속했다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문제의 핵심은 토마스의 인간론 이해에 있었다. 그는 구약의 사람들이 영적인 은혜(gratiam spiritualem)를 통하여 주어지는 덕의 경향(habitum virtutis)을 소유하지 못했으나, 신약의 사람들은 영적인 은혜가 마음에 주입되어(indita cordibus) 완전하게 되었다고 이해했다. 불완전한 인간의 구원은 형벌의 위협과 같은 어떤 외적인 요인(aliqua causa extrinseca)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으나 완전한 인간의 구원은 세례 자체의 능력으로 말미암는(ex virtute ipsius Baptismi) 영적인 은혜를 취득하면 족하다고 하였다. 세례는 구약의 성례와는 달리 그리스도 자신이 재정했기 때문이란 이유를 덧붙인다. 나아가 "신법의 성례 없이는 구원이 없다(sine sacramentis novae legis non est salus)"고도 하였다. 동일한 유형은 아니지만 구원의 효력에 있어서 완전과 불완전 개념으로 신구약의 교리적 통일성에 제동을 건 인물이 개혁주의 전통 속에서도 있었었다.

신구약의 통일성에 등뼈와 같은 지침을 제공한 인물은 크리소스톰 대주교로 그는 신구약의 "차이는 실체에 따라서가 아니라 시간의 경륜에 따른 것이다(Ἡ διὰφορα οὐκ ἐστιν κατα την οὐσιαν ἀλλα την τῶν χρονων ἐναλλαγην)'고 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칼빈은 "항상 같으시며 그의 말씀도 동일하며 그의 진리에도 변함이 없으신 하나님은 (율법과 복음) 모두에 대해서 공통으로 말씀하고 계신다"는 주체의 통일성에 근거하여 율법과 복음의 통일성을 주장했다. 1534년 이후로 칼빈은 구원의 교리가 태초부터 있었고 지금도 있으며 항상 있을 것이다(fuit a principio, est, & semper erit)는 입장을 고수했다. 갈라디아 주석에서 그는 하나님이 모든 세대에게 동일한 교리를 전하셨고 (eandem omnibus saeculis doctrinam tradidit) 구약의 선배들과 우리는 믿음의 참된 통일성 속에서 (vera fidei unitate) 하나가 되었기에 하나님의 항상성(Dei constantia)이 두루 빛난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신구약의 통일성은 신구약의 저자가 동일하며 하나라는 주체의 통일성과 구원에 대한 신구약의 교리가 다르지 않다는 교리의 통일성에 근거한다. 히브리서 기자는 이러한 내용을 가장 탁월한 필치로 입증하고 있다. 물론 신구약에 차이점이 없지는 않으나 본질적인 것과 경륜적인 것의 우선순위 면에서는 전자의 강조가 필요하다. 신구약을 해석하고 설교할 때에 동일한 저자와 동일한 복음과 동일한 교리와 동일한 믿음을 고려하지 않으면 성경의 통일성을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언어와 문법을 벗기는 인문학적 작업으로 말씀의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면 성경의 달인은 똑똑한 사람들의 손아귀에 넘어갈 것이다. 그러나 성경은 미세한 입자 수준으로 갈기갈기 찢어지고 만다. 공시성과 통시성의 조합이라 할 통전성이 보존되는 주석과 설교의 회복은 저자와 교리의 통일성에 근거한 성경의 통일성이 유일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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